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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리본 달린 개량한복도 우리 한복”

입력 | 2018-10-17 03:00:00

문광희 한복문화주간 추진위원장
개량한복 격식 따질 이유 없어… 시대 따라 변하는 게 자연스러워
고루하다는 편견 없애는 장점도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만난 문광희 교수는 “이번 한복문화주간을 통해 ‘한복은 지겹고 고루하다’는 편견이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레이스와 리본이 달리고 무늬가 화려한 개량 한복도 모두 우리 한복입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만난 문광희 동의대 명예교수(68)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량 대여 한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문 교수는 “인사동에 오는 길에도 화려한 한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많이 봤는데 너무 예뻐 보였다”며 웃었다.

문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복진흥센터가 15∼21일 일주일간 진행하는 ‘2018 한복문화주간’의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당시 각국 정상들이 입었던 한복을 제작한 장본인이다. 1990년대 역사 드라마의 한복 복식 고증 연구가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에는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우리 전통 지키기에 일조했다. 2007∼2015년에는 전통 이미지를 세계화하기 위한 동의대의 ‘한(韓)패션사업단’ 단장을 맡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입는 개량 한복이 격식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저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이에요.”

문 교수는 최근 경복궁과 인사동 일대에서 대여해 주는 현대 한복이 전통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개성이 강하고 튀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 세대의 기호에 맞게 한복 유행도 바뀌고 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전통 한복이라고 말하는 디자인은 100년 전 형태”라며 “파격적인 개량 한복은 한복 문화가 과거에 정체된 것이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춰 변하는 살아있는 문화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복문화주간’ 역시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한복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시도다. 1996년부터 매년 하루씩 열리던 ‘한복의 날’ 행사 기간을 올해 처음 일주일로 늘렸다. 기존 한복의 날이 서울에서만 진행됐던 것과 달리 부산 대구 대전 전주 등 전국 각지의 명소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서울 운현궁에서는 전통 혼례복을 입고 결혼식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는 초중고교생이 한복을 입고 과거시험처럼 치르는 백일장이 열린다. 부산에서는 바다를 보며 한복을 입고 즐기는 클럽이 개장한다.문 교수는 “전통한복과 신한복이 한데 어우러져 ‘한복은 지겹고 고루하다’는 편견을 없애는 게 한복문화주간의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한복 문화와 디자인을 수용하고 이를 대중화하는 데 한복의 미래가 달렸다는 게 문 교수의 생각이다.

“일본은 대부분의 호텔이 유카타를 변형한 실내 가운을 사용해 내외국인에게 전통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중국 정부는 치파오를 현대화한 브랜드 ‘상하이탕’을 주요 관광호텔의 입지 좋은 매장에 입점시키는 등 유연한 대중화에 힘쓰고 있어요. 진정 전통을 지키고 싶다면 오래된 기준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시대 흐름을 읽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