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빌 게이츠와 손잡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1982년부터 림프종 투병…자선사업에 2조 원 쾌척
고교 동창 빌 게이츠(63)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억만장자 폴 앨런(사진)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 자택에서 악성림프종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5세.
AP통신에 따르면 1982년 림프종 발병을 알게 된 앨런은 꾸준한 치료로 안정을 유지해 왔지만 이달 초 재발 판정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앨런은 개인용 컴퓨터의 혁명을 일으키고 고향 시애틀을 ‘문화 중심지’로 변모시킨 인물”이라고 전했다. 게이츠는 “가장 오랜 친구를 잃은 슬픔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워싱턴주립대를 중퇴한 앨런은 하버드대를 중퇴한 게이츠와 손잡고 1975년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앨런은 2011년 펴낸 자서전 ‘아이디어 맨’에서 “회사명 MS는 ‘마이크로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의미로 내가 제안한 것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내가, 회사 경영은 게이츠가 주도했다”고 회고했다.
1980년 게이츠가 하버드대에서 만난 스티브 발머를 새 파트너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앨런은 1983년 MS를 떠나 미디어 투자회사 ‘벌컨’을 차리고 문화사업과 자선사업, 림프종 치료에 전념했다. MS 이사 자격은 2000년까지 유지했다.
앨런은 수십 년간 총 20억 달러(약 2조2500억 원) 이상을 노숙인 구호사업, 해양 보호사업, 과학연구 지원사업 등에 쾌척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고용해 2000년 설립한 시애틀 EMP박물관에는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등 앨런의 대중문화 관련 수집품이 소장돼 있다. 작곡자와 기타리스트로, 그룹 ‘이글스’의 조 월시와 함께 록 음반을 내기도 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시애틀 시호크스, 미국프로농구(NBA) 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구단주이기도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