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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단계 아닌데도… 뿌연 베이징 시내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포함한 대기오염 지수가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200을 넘어 가장 심각한 단계보다 한 단계 아래인 ‘중도(重度)오염’을 보인 15일 중국 베이징 시내가 스모그로 뿌옇다. 베이징은 지난 주말부터 갑작스럽게 대기오염 수준이 악화됐다. 사진 출처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베이징은 주말 사이 대기가 갑자기 뿌옇게 변하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16일 베이징시환경보호검측센터에 따르면 ‘공기질량지수(AQI)’가 13일 124로 나빠지더니 14일 206을 기록했고 15일에는 227까지 치솟았다. AQI는 PM2.5 등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종합적으로 계량화한 수치다. 중국은 AQI를 가장 양호한 1급에서 가장 심각한 6급까지 구분한다. 14, 15일의 베이징 대기질은 6급(300 이상) 바로 아래인 5급(200∼300)이었다. 올해 하반기 베이징 지역에서 AQI가 200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그러자 중국 매체들은 “올해 가을·겨울 시기 처음으로 분명한 대기오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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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과 주변 지역의 PM2.5 평균 농도를 지난해 대비 3%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8월 나왔던 5% 감축 목표에서 뒷걸음친 것이자 지난해 발표된 전년 대비 PM2.5 농도 감소 목표(15%)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올겨울에는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철강 생산 및 석탄 사용 대폭 제한 정책을 계속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국내 경기의 부양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기상 조건 악화를 최근 갑작스럽게 발생한 스모그의 원인으로 내세웠다. 차이파허(柴發合) 대기오염방지공공연합센터 부주임은 16일 관영 중국 런민(人民)라디오방송 중국의소리(中國之聲)에 “최근 베이징시 등 지역에 바람이 불지 않고 습도가 높아 PM2.5 농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6일 서울 대전 경기 충북 전북 경북 등 7곳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m³당 36∼75μg) 수준을 보였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치를 보인 것은 6월 25일 이후 113일 만이다. 다만 베이징 등 중국 수도권의 미세먼지가 한국에 직접 유입될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이번 주말 북서 기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려면 대기 상층의 바람이 약해야 한다. 국외 요인으로 인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