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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서 수년간 집단 괴롭힘…죽고 싶었다”

입력 | 2018-10-17 16:05:00

LG하우시스 옥산공장 일부 근로자 피해 호소
사측 “외부기관 컨설팅 통해 개선 노력” 유감 표명



© News1


 “회사 호이스트(소형 운반기계)에 목을 매면 이 고통이 알려질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충북 청주의 한 대기업 계열사 내 특정부서에서 수년에 걸쳐 집단 괴롭힘·따돌림이 이뤄져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G하우시스 직장 내 ‘집단 괴롭힘 피해자모임’과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 청주노동인권센터, 충북인권연대는 1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하우시스 옥산공장에서 집단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정 부서의 팀장, 실장, 반장 중심의 공적 조직체계로부터 오랜 기간 따돌림과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며 “심지어 공적 조직체계로부터 과도한 비호를 받는 후배 사원들로부터 함부로 취급당하고 반말, 욕설을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를 주장한 근로자들은 (청주시 흥덕구)옥산공장 A팀장을 중심으로 군대식 조직문화가 오랜 기간 자리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A팀장을 중심으로 사모임을 구축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적대적 태도, 산업재해 은폐, 각종 모임 참여에 대한 감시와 통제 등이 수년째 지속돼 왔다고 밝혔다.

집단괴롭힘·따돌림의 대상은 노조 활동을 했거나 임금협상 등에서 노조의 지침을 따른 사람, 그리고 이들과 어울린 근로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근로자들은 신입사원 교육 때부터 ‘어울리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특정하고, 선배·동료사원은 물론 후배들로부터 무시와 폭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한 근로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고, 개인 사건이 발단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른 근로자도 오랜 기간 괴롭힘·따돌림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고 덧붙였다.

또 한 근로자는 지난 1월 후배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피해자들은 불안, 자살 충동, 신경정신과 치료, 자살 미수 등 극도의 심리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회사의 고충처리 창구에 대해서는 “먼저 해당 부서 간부들을 거쳐야 한다. 간부들에게 호소해도 한결같이 ‘너희 잘못이다’ 이렇게 막아온 것”이라며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부서에서는 2016년부터 15명의 근로자가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해당 부서의 근로자 100여명 중 10여명이 괴롭힘·따돌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회사도 이를 묵인하고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김종대 의원은 “이 사건은 몇 해 전 논란이 됐던 해병대 기수열외문화와 완벽하게 닮아있다”며 “인권유린과 사람에 대한 극단적 모멸감, 따돌림, 폭행까지 이어진 것은 더 이상 계열사의 문제일 수 없다. 그룹 차원에서 강력한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문제가 불거진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면서도,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후에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왕따·괴롭힘 등 도덕적 문제보다 사인 간의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고충 처리도 충분히 이뤄졌고 해당 부서 간부들도 일정 부분 (고충 해결을 위한)노력들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에서 이미 조사가 끝난 사안으로, 회사 측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근로자가 후배에게 폭행당한 사건도 “(해당 근로자의)안전수칙 위반에 따른 사원 간의 다툼이 원인으로 정당한 징계조치가 이뤄졌고, 충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사에서도 부당 징계가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특정부서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외부 전문 교육기관의 컨설팅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도 노사가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더욱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