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절반가량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5일과 전날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소환 조사하면서 각종 의혹을 강도 높게 추궁한 뒤 진술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은 임 전 차장을 소환하진 않았다.
검찰은 두 차례 소환 조사가 진행됐지만, 그간 불거진 의혹이 방대한 데다가 임 전 차장이 수사 핵심 인물로 꼽히는 만큼 조사할 분량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입장이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사찰,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이뤄진 첫 조사서부터 의혹 전반에 대한 임 전 차장의 역할 및 지시, 보고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상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보관하고 있던 USB(이동식 저장장치)에서 발견된 문건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범죄혐의의 의도가 없거나, 범죄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특히 임 전 차장은 부하 법관들로부터 각종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문건 작성 경위나 지시 여부 등과 관련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등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임 전 차장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향후 수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확보에도 나설 방침이다. 다만 국정감사 등 중요 일정을 앞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신중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남았기 때문에 추가 진술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야간 조사는 본인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다”며 “본인이 조사를 한 번에 끝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동의하에 조사가 진행된다.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