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아DB
이 연구소 전체 건물을 짓는 데는 총 6000만 유로(약 650억 원)가 들었고, 핫셀 시설에만 2000만 유로(약 260억 원)가 투입됐다. 에리카 홀트 대외협력담당은 “연구소는 원전 벽에 비행기가 충돌했을 때 버티는지 검증하기 위해 미사일을 쏴 실험하는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전 늘리는 에너지 전환 정책
핀란드는 한국처럼 석유나 석탄 등 천연자원이 없다. 그런데도 인구 약 550만 명이 연간 전력 85.5테라와트시(TWh)를 쓰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철강, 석유화학, 산림업 등 전력을 많이 쓰는 업종이 주력 산업인데다 최고와 최저 기온이 60도 이상 차이 나는 혹독한 기후여건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년 전력 총 사용량의 약 24%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2030년까지 석탄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운 상태다.
리쿠 후뚜넨 핀란드 경제고용부 에너지실장은 “약 10년 전까지는 핀란드에서도 원전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녹색당 등 환경운동 진영도 원전 필요성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안전대책 정권 변동과 상관 없이 추진
핀란드에서 원전에 대한 논란이 크지 않은 것은 원전 건설과 함께 각종 안전대책과 방사성폐기물 대책을 수립해 정책의 신뢰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핀란드 정부는 1977년 첫 원전이 가동을 시작한 지 6년 만인 1983년 영구처리시설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약 17년에 걸쳐 핀란드 전역을 대상으로 적절한 부지를 찾아 지질조사 등 각종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2000년 올킬루오토 원전 인근 암반지대를 부지로 선정해 건설을 시작했다. 1983년 당시 완공 목표는 2020년, 현재는 2023년 완공 예정으로 당초 계획보다 3년 늦어졌다.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격인 핀란드 원자력방사능안전청(STUK)의 유씨 헤이노넨 방사성폐기물관리국장은 “큰 차질없이 완공하게 된 것은 핀란드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를 미래 세대 안전에 관한 문제로 인식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큰 정책 변화 없이 꾸준히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원전 기술 수출에 팔 걷어붙인 핀란드
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핀란드는 원전 관련 기술 수출과 에너지 신산업 개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핀란드 첫 원전인 로시바의 운영사이기도 한 핀란드 최대 에너지기업 포르툼은 2016년 전력망 설치 등 송배전 관련 사업부를 정리했다. 대신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전기차 충전소 보급, 스마트그리드 등 각종 신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포르툼은 북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16개국에 전기차 충전소 약 2200곳을 운영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점을 앞세워 배터리 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 핀란드 관계자는 “낮이 짧고 겨울이 긴 핀란드의 특성상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해외 기업과의 합작 등을 통해 원자재 생산에 치우쳐 있는 현재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헬싱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