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라고 믿기 힘든 배짱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은 과감한 공격 작전과 대범한 수비 전술로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승리로 이끈 뒤 박수를 치고있는 장 감독. 스포츠동아DB
과감하고 대범했다. 역대 감독의 포스트시즌 데뷔전 중 손꼽힐 정도로 강렬했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16일 KIA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통해 가을야구 무대에 데뷔했다.
빅 볼을 추종하는 감독들도 포스트시즌(PS) 같은 큰 경기에서는 스몰 볼로 전환해 차근차근 득점을 쌓아가는 전략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 감독은 자신의 PS 첫 경기에서 과감한 작전, 대범한 수비전술로 KIA에 10-6 승리를 거두고, 19일부터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르게 됐다.
그러나 장 감독은 김재현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사인을 냈다. 김재현의 번트 모션에 KIA 내야진은 바빠졌다. 그 순간 김재현은 배트를 다시 높여 타구를 때렸고 유격수 쪽 내야 안타에 성공했다. 무사만루 찬스가 이어졌고 넥센은 5회말에만 대거 5점을 올렸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는 상대를 교란하는 훌륭한 작전이지만 실패 확률도 높다. 그만큼 PS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찬스를 잡으면 동점이 아니라 역전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재현이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비는 더 대범했다. 시프트는 양날의 칼로 표현된다. 확률 게임이지만 역으로 평범한 땅볼이 안타가 될 수 있다. 넥센은 KIA 최형우를 상대로 2루수가 극단적으로 1루와 외야 방향에 서는 시프트를 펼쳤다. 5회초 최형우는 이 시프트를 깨는 좌전안타를 쳤다. 그러나 넥센 시프트는 멈추지 않았다. 7회초 나지완 타석 때 유격수와 2루수가 3루쪽으로 이동하며 시프트를 펼쳤다. 결과는 우전안타로 또 실패였다. 그러나 넥센 수비 시프트는 계속 이어졌다.
KIA 김기태 감독은 장 감독에 대해 “경기를 하다 보면 덕아웃에서 느껴지는 기가 대단하다.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고 나온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다”고 평했다. 장 감독은 코치 경험 없이 감독에 취임해 그동안 많은 의문부호가 따랐다. 그러나 올 시즌 위기관리 능력과 신인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눈썰미 등을 스스로 입증했다. 빅게임 데뷔전에서도 빛났다. 준PO 상대인 한화 한용덕 감독도 역시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다. 리그에서 대표적으로 빅 볼을 추구하는 두 감독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