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서 앞당겨 연내 실시… 박원순 시장-노조 면담뒤 특별합의 친인척 뽑아 정규직화 ‘고용 세습’ 한국당 “채용비리 국정조사해야”
7월 4일자 A18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노조의 요구에 밀려 올해 내 ‘정규직 전환 시험’ 추가 실시를 노조와 합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올 7월 처음 치러진 정규직 전환 시험은 노조의 100% 합격 보장 요구로 파행을 겪었으며, 다음 시험은 당초 내년 하반기에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1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이 시험은 무기계약직에서 ‘임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이 ‘완전한’ 정규직으로 승진하기 위해 봐야 한다.
공사 내부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농성 중이던 민노총 산하 노조 대표와 면담한 뒤 올해 내 추가 시험 실시가 합의된 점을 들어 공사가 민노총의 요구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평균 연봉이 7000만 원이며 각종 복지와 처우가 좋아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올 7월 1일 치러진 첫 시험은 노조가 전원 합격 보장을 요구하며 시험을 사실상 거부해 응시율이 37%에 그쳤다. 대상자 626명 중 393명이 시험을 거부한 것. 당시 공사는 다음 시험을 내년 하반기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7월 시험 합격률이 93.6%에 이르자 노조는 올해 안에 추가 시험 실시를 요구했다. 공사는 이에 부정적이었으나 박 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 대표와 면담한 이후인 지난달 21일 노조 측과 추가 시험을 연내에 실시하는 내용의 ‘노사특별합의서’를 작성했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전환 과정을 총괄한 공사 김모 인사처장의 부인이 무기계약직인 식당 찬모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또 김 사무총장은 2016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분야 무기계약직으로 공사에 입사해 스크린도어 업무직협의체 결성을 주도한 임직원 2명이 옛 통합진보당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공개했다.
한국당은 이 문제를 ‘권력형 채용 비리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공공기관 전체의 불법 채용 비리 현황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김예윤 yeah@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