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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통공사, 추가시험 난색… 박원순-노조위원장 면담뒤 상황 반전

입력 | 2018-10-18 03:00:00

[노조에 휘둘리는 서울교통공사]정규직 전환시험 민노총 뜻대로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17일 국회에서 공개한 서울교통공사의 임직원 친인척 채용실태 전수조사 명단. 뉴시스

서울교통공사가 내년 하반기에 예정된 ‘정규직 전환 시험’ 일정을 앞당겨 연내에 추가 실시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배경은 무기계약직이 ‘임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노사 합의에 따라 양측은 올 3월 1일자로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단, 무기계약직 중 경력 3년 미만인 직원들은 ‘7급보’로 임용했다. 7급보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신설한 임시 직책으로, 입사 3년을 채우거나 교통공사에서 매년 실시하기로 한 직무역량평가에 합격하면 정규직 7급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올 7월 1일 처음 실시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직무역량평가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의 서울교통공사노조(공사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소속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통합노조) 등 2개 노조가 있다. 공사노조는 1만2000여 명이 소속된 거대 노조다. 통합노조에는 2400여 명이 속해 있다. 이 중 민노총 산하 공사노조가 “불합격자가 나오는 시험은 직원들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전원 합격을 보장하지 않으면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공사노조는 또 시험을 앞두고 시험 문제와 범위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공정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공사노조의 이런 요구에 대해서는 통합노조와 공채 직원들도 반발하며 노노(勞勞) 갈등 양상을 보였다. 당시 한찬수 통합노조 1차량본부장은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공채 출신 직원이 거대 노조에 밀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시험의 합격률이 93.5%에 이르자 시험 당일 고사장까지 찾아가 응시생들에게 “시험을 보지 말라”고 말렸던 공사노조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내년 하반기에 실시하기로 예고돼 있던 시험을 올해 안으로 추가 실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모든 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4일 민노총 소속 공사노조의 윤병범 위원장을 만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21일 서울교통공사와 공사노조가 작성한 ‘노사특별합의서’에 정규직 전환 시험을 올해 안에 실시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이다. 윤 위원장을 비롯한 공사노조는 9월 12일부터 서울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벌였다. 당시 박 시장은 윤 위원장에게 “노사 간 쟁점을 서로 절반씩 양보해 타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시험이 당겨졌다는 노사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공사 내부에서는 “민노총의 요구에 서울시와 회사가 굴복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교통공사 직원 이모 씨는 “시험을 집단으로 거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시험을 또 보게 해달라는 노조의 이기적인 태도가 너무 어이없다는 사내 게시판 글에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며 “이런 주장을 서울시와 회사가 받아들였다는 데에도 공분이 크다”고 말했다.

연내 추가 시험을 실시한다는 합의는 두 노조 간의 갈등을 불렀다. 한노총 산하 통합노조가 지난달 27일 서울교통공사와 작성한 특별합의문에는 연내 추가 시험 실시 조항이 빠졌다. 그러자 공사노조는 “짝퉁 합의서”라고 비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노사 합의서에 시험 재실시 내용이 들어간 것은 맞지만 아직 날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서울시에서 압력을 받거나 노조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 아니며 서로 주고받는 노사 협상의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윤 yeah@donga.com·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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