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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 불쑥 나와 쌩∼ ‘킥라니’ 조심

입력 | 2018-10-18 03:00:00

보행자 안전 위협하는 전동 킥보드
도로법상 차도 운행규정 안지키고 행인사이 곡예운전 아슬아슬
작년에만 4명 숨지고 124명 다쳐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초교 사거리에서 전동 킥보드를 탄 남성이 보행자가 지나는 횡단보도 위를 건너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강남역 1번 출구 앞. 전동 킥보드를 탄 20대 남성이 출근 인파가 쏟아지는 인도 위를 아슬아슬하게 달렸다. 인근 역삼초등학교 사거리에서는 30대 남성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폭이 2m에 불과한 인도에서 곡예운전을 하며 지나갔다. 깜짝 놀란 행인들은 뒤를 돌아보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 해당한다. 차도에서 달려야 하고 인도에서 운행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 반까지 강남역 일대에서 목격한 전동 킥보드 7대 모두 인도에서 50m 이상 주행했다.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나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하지만 역삼초등학교 인근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던 A 씨(19)는 “면허가 없지만 킥보드를 타는 데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지난달 17일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전동 킥보드에 치여 20일 만에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6월에는 부산 동래구에서 아동용 킥보드를 타던 3세 여아가 전동 킥보드와 부딪쳐 눈가가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 킥보드·전동 휠 등 개인형 이동수단 교통사고로 124명이 다치고 4명이 숨졌다.

이처럼 전동 킥보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서울 강남구 일대에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도입되는 등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이 늘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수단 보급 규모는 2016년 6만 대, 2017년 7만5000대(추산)에서 2022년에는 2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학원가와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어 어린이와 노인의 통행이 많은 강남구 대치동 주민들은 인도를 달리는 전동 킥보드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는 길에 인도 위에서 운행하던 전동 킥보드와 마주친 조은정 씨(44·여)는 “사람을 칠 수도 있는데 킥보드가 너무 위험하게 다니는 것 같다. 전동 킥보드를 다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현례 씨(63·여)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전동 킥보드가 갑자기 다가오면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 운전자들은 비현실적인 제도 때문에 인도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의 고시에 따라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동 킥보드의 최고시속은 25km로 제한돼 있다.

전동 킥보드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홍모 씨(29)는 “이 속도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차도로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들이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구모 씨(35)는 “전동 킥보드로 차도에서 달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인도가 위험하다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내년 6월까지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도로 운행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