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 강한 의지를 보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청이 특별한 성의로 화답했다. 전 세계 교회의 규율과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회의 기간마저 쪼개 장시간 맞아주는 환대를 보였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를 위한 평화 미사’에 참석했다.
국무총리격에 해당하는 교황청 국무원장이 외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미사 후 외국 정상에게 기념 연설의 시간을 내어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시노드 회의는 세계 각지의 주교 대표자들과 교황이 함께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는 회의로 교황 주재의 정기총회다. 이번 회의 기간에는 ‘가톨릭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청년 육성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천주교와 청와대 등에 따르면 시노드 기간 교황은 물론 국무원장은 좀처럼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한다. 매일 주제별로 치열한 토론과 회의를 거쳐 향후 3~4년 간 교황청이 각국에 제시해야 할 방향을 도출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롤린 국무원장은 이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 집전에 이어 환영만찬까지 주재했다. 미사에 이어진 만찬 시간만 2시간에 달했다. 이튿날에는 문 대통령과 추가 회담도 예정돼 있다. 1박2일 동안 3차례나 외국 정상과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셈이다.
오랜 천주교 신자로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을 향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황과 국무원장은 회의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시간을 쪼개서 문 대통령에게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문 대통령의 방문 일정을 협의하는 단계에서부터 세심한 배려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우 주교황청 공사는 “일정 협의 과정에서 우리 측이 먼저 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제안하자 교황청에서 ‘무슨 주제로 하겠느냐’고 물었다”며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하자고 해서 협의가 이뤄졌다”고 조율 과정에 대해 전했다.
이어 “그러자 교황청에서 ‘대통령께서는 무엇을 하셨으면 좋겠느냐’고 해서 ‘연설을 하겠다’고 했더니 교황청이 수락했다”며 “(그렇게) 이례적인 대통령 기념연설이 이뤄지게됐다”고 덧붙였다.
미사에 참석했던 한 수녀는 “교황청에서 9년째 있는데 단 한번도 외국 정상이 와서 연설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매우 자랑스럽다”며 “국무원장 집전 미사도 좀처럼 없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파롤린 국무원장은 한국 가톨릭 신도들이 이날 미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 듯, 미사의 시작과 끝부분에서 직접 두 번이나 한국어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바티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