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1.25%에서 1.50%로 인상한 이후 11개월째 묶어둔 것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9%에서 석 달 만에 2.7%로 낮췄다.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힘들던 2012년(2.3%)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금리 인상 요인이 적지 않은데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답답하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지면서 최근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두 달 연속 1조 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일자리 정부’를 내건 현 정부에서 고용 재앙이 현실화된 모순 탓일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당초 30만 명에서 9만 명까지 줄어든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악화되면 그렇지 않아도 추운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잠재성장률(2.8∼2.9%)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경제 현실이 한은 금리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시장에 유동성이 지나치게 풀려 있는 금융 불균형 문제와 함께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면 소상공인의 기업대출을 포함해 빚이 600조 원에 달해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불가피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에 따른 최악의 경기 상황까지 맞닥뜨릴지 모른다. 경제당국은 금리 인상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수준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과 일자리 해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