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서울시, 작년 교통공사 엉터리 점검… 채용비리 적발 한건도 없어

입력 | 2018-10-19 03:00:00

김태호 사장 설명 듣는 박원순 시장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오른쪽)이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벌였지만 직원 친인척 채용 관련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점 점검 분야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친인척 채용 관련 실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5일간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했다. 정부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전국의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실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점검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채용 절차와 관련한 업무 소홀 등 행정절차에 대한 3건의 지적을 받았다. 직원 친인척 채용 관련 내용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특별점검이 채용공고의 적절성이나 면접위원 구성, 합격자 임의증원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친인척 채용과 관련한 익명 신고가 두 건 있었지만 한 건은 사실이 아니었고, 나머지 한 건은 채용 사실은 맞지만 비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특별점검이 친인척 비리 분야는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도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비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시 (전국적으로) 364건의 수사의뢰, 문책 등 징계가 있었으나 우리 공사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고 올렸다.

서울시의 엉터리 감사 논란은 18일 서울시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대체 서울시 감사실에서 뭘 한 것이냐. 박원순 시장이 물러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 의원들은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고용 세습 의혹을 채용 비리로 규정하고 “박원순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몰아붙였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인사 규정에 ‘임직원의 가족, 친척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대 채용은 금지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임직원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규정 위반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김영우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시험 경쟁률이 60 대 1, 70 대 1이 넘는데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노조 조합원, 임직원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하면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매일 열심히 사는 취업준비생은 어쩌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나서서 필요하면 수사의뢰, 국회 국정조사까지도 요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모든 공기업의 친인척 채용 비리를 밝히기 위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공사 직원 1만7084명 중 1912명이 사내 친인척 관계가 있다는 지적에 “배우자가 38% 정도이고 사내 부부가 많다. 원래 분리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공사 통합을 하면서 사내 친인척이 된 사람이 약 500명”이라고 해명했다.

박 시장은 “사내 근무 가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환 과정에서) 특별히 비리가 있었다는 판단은 되지 않지만 만약 비리가 있다면 큰 문제이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예윤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