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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야구 관중 수는 미세먼지에 달렸다

입력 | 2018-10-20 03:00:00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프로야구는 2018년 807만3742명이 찾아 2012년(715만6157명)에 비해 13%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총 관중보다 더 중요한 지수로 평가되는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1214명으로 2012년(1만3451)에 비해 17%가량 줄었다. 2014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시작으로 고척스카이돔(2015년), 대구 라이온즈파크(2016년)까지 세 개의 구장이 새로 문을 열며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관람 환경이 다수 확보됐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5년 연속 이어오던 관중 증가세가 꺾인 데는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미세먼지가 큰 몫을 했다. 올해 미세먼지로 인한 프로야구 경기 취소는 4월 6일과 15일 등 총 4경기가 발생했다. 비로 인한 경기 취소는 종종 있었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취소는 처음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기 취소 일수는 아직 적지만 미세먼지는 공포심이라는 측정할 수 없는 요소로 관중 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4월 15일 광주 경기가 문제였다. 정오부터 미세먼지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더니 경기 시작 시각인 오후 2시에는 미세먼지 경보 기준치인 m³당 300μg을 넘어 m³당 400μg도 돌파했다. 이미 경기 시작 전인 1시 14분께 미세먼지 경보 재난문자까지 전송됐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취소 결정을 미루다 오후 2시 28분이 돼서야 취소를 결정했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들어섰던 1만5000여 관중은 미세먼지 경보 속에 1시간 이상을 불필요하게 노출됐다. 특히 미세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영문을 모르고 기다리다 취소 이유를 보고서야 미세먼지 노출을 인지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10개 구장 중 9개 구장이 야외 구장인 우리나라 프로야구 관람 환경상 미세먼지는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의 새로운 공포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 규정에 따르면 경기 개시 예정 시간에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을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에 확인한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해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광주 경기는 관련 규정까지 있었지만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원구장은 미세먼지로부터 관중의 건강을 지키고 공포심을 줄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잘 대처하고 있다. 수원구장은 구장 곳곳에 사물인터넷(IoT) 공기질측정기를 설치해 미세먼지 수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관중에게 공개한다.

이 같은 노력이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지만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를 관중들이 직접 수치로 보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게 하여 미세먼지라는 막연한 공포심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새로운 사회적 재해로 인식되는 미세먼지 문제는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국외 요인도 함께 있어 대처하기가 더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원구장의 새로운 노력은 실질적인 미세먼지 관리 효과는 물론이고 구단과 관중 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