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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문제-이권경쟁-비핵화협상… “산도 많고 길도 멀다”

입력 | 2018-10-20 03:00:00

[위클리 리포트]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11월 말∼12월 초 열리는데…




남북한 당국이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남북한 철도 도로 연결 기공식을 갖겠다고 밝혔으나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경기 파주시 경의선 임진강역에 다음 정거장이 평양으로 표시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동아일보DB

남북이 철도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 갖기로 합의하면서 경제협력의 기관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건설업체와 철도 차량 제작 업체 등 관련 업계는 남북경협 특수(特需)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갈 길도 멀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한 철도를 잇는 기술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북한 내 철도 부설을 둘러싼 관련 당사국 간 이해도 복잡하기 때문. 더욱이 철도 도로 연결은 북한의 비핵화 및 제재 완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관련 협상 진행의 추이도 중요하다.

○ 남북 철도 연결? 도처에 도사린 기술적 걸림돌

북한 철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선로 폭이 1435nm인 표준궤를 쓴다. 일본이 강점기에 표준궤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데 있어 선로를 바꿀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력공급 시스템은 다르다. 한국이 2만5000V 교류를 쓰는 반면 북한은 3000V 직류를 사용한다. 호환 장치를 달지 않으면 남북 철도 연결은 불가능하다. 물론 디젤 기관차를 활용하면 기존 선로를 이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철의 효율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전력공급시스템은 통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북한은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발전소와 변전소를 확충해야 하는 것도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호 체계 통일도 필요하다. 아날로그 방식인 북한 신호 체계를 한국과 같은 디지털로 전환해야 장기적으로 고속철도를 부설할 때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박정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미래혁신전략실장은 “전력공급시스템이나 설계 기준, 신호 체계, 각종 기술 용어 등은 차이가 많아 남북 간 협의를 통해 통일을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관련국들 ‘동상이몽(同床異夢)’

남북 철도 연결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남북한은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까지 이권을 위해 뛰어들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4년 10월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일명 포베다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20년간 노후화된 북한 철도 3500km(북한 전체 철도 노선의 70%)의 레일과 터널, 교량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250억 달러(약 27조5000억 원)에 이른다. 러시아는 철도 현대화를 해주는 조건으로 희토류 채굴을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러시아 건설업체인 모스토빅이 맡고 있다. 계약 체결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러시아가 유럽과 극동을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결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북 철도가 연결될 때를 대비해 북측 노선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얘기다.

TSR가 남북을 잇는 철도망과 연결되면 한국은 물론 일본의 물동량까지 흡수할 수 있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자칫 잘못하면 남북 철도 연결 비용만 부담하고 사업 주도권은 러시아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남북이 경의선 고속철도를 건설하면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시키는 조건으로 중국형 고속철도 모델을 고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차관 제공을 빌미로 북한을 움직이면 ‘재주는 한국이 넘고, 실리는 중국 왕서방이 챙기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남북 간에도 철도 현대화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경의선 고속철도 건설에 관심이 높다. 반면 북한은 경의선뿐 아니라 북한 전역의 철도 노선 및 도로 현대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되면 디테일에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향후 수익 배분 구조에서 한국 측에 가중치를 두게 하는 등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남북 철도 연결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지는 물류 동맥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도로는 약간 다르다. 북한 도로 현대화는 한국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아 사업비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일부에서는 유사시 북한군이 대규모로 이동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송진흡 jinhup@donga.com·김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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