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인지 먼저 인증해주세요. 결혼 사진에서 남편이나 아내 분 얼굴만 가리고 올리시면 돼요.”
기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카카오톡의 한 오픈채팅방. 들어가자마자 관리자의 공지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30~40대 나이의 기혼자들이지만 목적은 같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고 연애를 하는 것이다.
채팅방에 좀 더 머무르자 더욱 친밀한 대화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번 주말에 만남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흔쾌히 동의한 사람들은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약속이 있는 척 몰래 빠져나오겠다”는 등의 말을 이어갔다.
2015년부터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한 ‘오픈채팅’은 익명의 사람들이 특정 주제나 공통 관심사에 대한 콘텐츠를 주고 받는 시스템으로 이용돼 왔다. 전화번호나 프로필 사진 등 개인정보가 일절 공개되지 않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취미를 즐기기에 유용한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익명성을 이용해 은밀한 목적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들이 늘고 있다. 기혼자 전용 오픈채팅방도 이에 해당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는 오픈채팅 홈에서 간단한 키워드 검색만 하면 100여개가 훌쩍 넘는 채팅방 리스트가 나타난다. 제목 중에는 불륜이 목적임을 바로 알 수 있는 노골적인 것들도 많다. 또 남성 회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 ‘남성 마감’이라는 공지를 내건 방들이 다수다.
얼굴 사진을 2장 이상 공유하고 기혼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나이와 지역을 넣어 닉네임을 변경해야 한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들로부터 불순한 문화를 퍼뜨린다는 비난을 받은 후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채팅방을 아침에 들어오고 밤에 나가는 ‘출·퇴근’이라는 개념도 정립돼 있다. 배우자들에게 채팅방을 들키면 안되기 때문이다.
친구가 해당 채팅방을 이용하는 것을 봤다는 직장인 정모(32)씨는 “기혼자들끼리 친목을 도모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이성 간 교류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분위기로 보였다”며 “기혼자들끼리 비밀을 지켜주면서 마음 편하게 연애 기분을 내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오픈채팅방들을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의 장점을 악용하는 문화가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또 “기혼자들끼리 만나면 안전하다는 생각에 본인들끼리 ‘시장의 룰’을 만들어 합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명확한 범죄로 규정해서 처벌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제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강 교수는 “국내 상황에서 불륜을 범죄로 규정하고 막을 수 있게 돼 있지 않다”며 “이를 제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