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선수 출신 단장을 선택한 팀들은 전문성을 강조한다. 최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전문 역량이 갈수록 중요하더라는 것이다. 기존 운영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반성의 결과다.
그간 프로야구 단장은 대부분 모기업 임원 출신으로, 주로 조직 관리에 집중했다. 야구단도 대기업의 계열사였지만, 수익보다 그룹의 이미지 개선 등 홍보 효과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한 해 수백억 원의 운영비를 썼다. 단장은 모기업의 틀에 야구단을 맞추고, 또 모기업으로부터 운영비를 받아오는 게 중요했다. 야구는 감독이 알아서 했다.
그런데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선수 출신’으로만 귀결되는 이유는 또 뭘까. ‘비(非)선수 출신’ 전문가는 왜 안 될까.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적잖은 단장들이 금융권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이들은 1억 달러(약 1100억 원)가 넘는 자유계약선수의 영입을 각종 데이터를 동원해 결정한다. 또 선수단 운영도 통계를 중심으로 한다. 2016년 시카고 컵스, 2017년 휴스턴 등은 첨단 방식을 야구단에 적용해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요즘 메이저리그에서는 전 영역에 걸쳐 데이터 기반 경쟁이 치열하다. 데이터 전문가 단장이 득세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 프로야구가 이 방향으로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두산이었다. 두산은 선수 발굴과 육성을 잘해 수년간 프로야구를 주도하고 있다. 선수 출신인 김태룡 단장이 구단을 이끌고 있다. 그래서 ‘선수 출신의 눈썰미, 직관, 경험이 강팀을 만들었다’는 메시지가 시장에 유통됐고, 어느덧 유행까지 됐다.
선수 출신 단장은 실제 효과가 있을까. 올해 가을잔치 준플레이오프에 나선 4개 팀(두산, SK, 한화, 넥센) 모두 선수 출신이 이끄는 팀이다. 이것만 보면 성공이다. 하지만 선수 출신 단장이 실패한 팀도 적지 않다. ‘선수 출신’이 핵심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최근 유행을 우려하는 야구인도 적지 않다. 두산 등 상위팀들은 단장이 선수 출신이라는 점도 있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수십 명 프런트의 지원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최근 유행은 벤치마킹의 지점이 정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단장에 오른 선수 출신들은 주로 그라운드에서 뛸 선수의 선발과 육성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요구받는다. 프런트의 역량과 관련해서는 아직 특별한 언급이 없다. 선수 출신 단장이 확고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특정 전문성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이에 대한 기회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