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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9명뿐이라더니… 최소 61명이 “친인척 조사 참여 안했다”

입력 | 2018-10-23 03:00:00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파문]동아일보, 교통공사 직원들에 직접 확인




“공공기관 고용세습 진상 규명을”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 의원들이 22일 국회 본청 의안과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자유한국당 이양수, 송희경 의원,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올 3월 실시한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에 전 직원 중 39명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본보가 공사 일부 직원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최소 61명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사는 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의 소속 부서가 2개라고 밝혔지만 본보 확인 결과 조사 불참 직원이 최소 12개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친인척 직원이 108명이라는 공사 집계의 전제는 조사에 빠진 39명을 제외한 전 직원의 99.8%가 전수조사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로 조사 불참 직원이 최소 61명이나 확인됐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친인척 직원은 공사가 밝힌 108명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공사 인사담당 직원에게 확인했다며 조사 응답률이 11.2%에 불과해 실제 전수조사를 하면 정규직 전환 친인척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응답률이 11.2%라고 밝힌 공사 직원과 유 의원 측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 일부 직원 “조사 자체가 없었다”

본보는 20∼22일 공사 직원들을 상대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에 참여했는지, 참여했다면 조사 방식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확인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은 본보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서를 제출하거나 온라인 설문항목에 체크하는 등 어떤 형태의 조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당수는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서야 그런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가 있었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에서 부서에 친인척 조사를 실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 알고는 있었지만 부서에서 조사를 하지 않아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말했다. 또 조사 담당자가 직원들에게 묻지도 않은 채 ‘전체 해당 없음’이라고 보고하거나 직원들을 둘러보며 “없죠?”라고 구두로 묻는 등 조사 방식이 허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데도 박 시장과 공사 측은 “공사의 전 직원 1만7084명 중 39명을 제외한 1만7045명(99.8%)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 “부실 조사로 친인척 직원 명단 누락”

부실한 조사로 친인척이 있는 직원이 명단에서 누락됐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있었다. 한 직원은 “재직하는 친인척이 더 있지만 서류에 빈칸이 1곳이라 그냥 1명만 썼다”며 “조사에 참여했다고 말하기가 나 스스로도 헷갈린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은 “부서에 가족이 근무하는 직원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보고에는 ‘없다’라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친인척 명단에서 배우자를 누락한 인사처장과 아들을 누락한 임원 외에도 친인척 누락이 더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직원들은 부실 조사의 배경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노조의 방해를 들었다. 회사에서 친인척 현황 조사 공문이 내려온 직후 노조가 “개인에 대한 과도한 신상 털기”라고 비난하며 조사를 전면 거부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사 거부를 담은 노조의 통신문은 홈페이지에 게재됐고 각 부서에 팩스로도 전달됐다.

조사를 맡았던 한 직원은 “노조 지시로 실태 파악도 못했고 보고도 못 올렸다”며 “상위 부서도 ‘없다’ 또는 ‘제출 안 함’으로 (최상위 집계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노조에서 거부 지시를 내렸고 노조 집행부가 70여 명이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응답률 99.8%가 나올 수 있겠느냐”며 “주민등록등·초본 제출 같은 강제성도 없어 아무도 제대로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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