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등 감경 ‘흉악범 면죄부’ 논란 ‘강남역 살인’ 30대도 조현병 감경… 참혹한 범죄들 형사책임 피해가
사리분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심신미약이 적용돼야 하는데, 계획적 범행을 저질러놓고도 심신미약이라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피하려는 강력범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성수의 심신미약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일 오후 10시 현재 93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형법상 심신미약·상실 감경 규정에 따르면 법원은 정신장애가 있거나 만취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 형사 책임을 감경해준다. 주취감형으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흉악범은 조두순(66)이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장기 파손 등의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2020년 12월 13일 출소할 예정이다.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많다. 2014년 발달장애 1급 장애인 이모 군(당시 18세)가 만 1세 영아를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약 9m 아래로 떨어뜨려 사망하게 한 이른바 ‘상윤이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씨의 ‘심신상실’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 여론이 들끓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의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김모 씨(36) 역시 조현병을 인정받아 감경됐다.
다만 정신장애가 있다는 피고인의 지속적인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거나 범행 전후 정상적인 활동을 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올 4월 방배초등학교 교실에서 인질극을 벌여 재판에 넘겨진 양모 씨(25)는 조현병 진료기록이 있고, 뇌전증(간질) 장애 4급이었지만 심신미약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