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가능성 열려 있다” 5·10월 연속 발언 협상 시 ‘체면 버리고 실리 선택’ 비난 우려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 여건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얼마든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제21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했을 당시 이 총재가 “정치적 이유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가) 중단됐지만, 한·중 통화스와프도 연장 합의했으니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한 데 이은 두 번째 발언이다. 통화 스와프는 외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현재도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고, 최근엔 욱일기 논란으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불참하는 등 정치적 갈등은 여전하다.
이렇다 보니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해 온 한은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은은 유독 한·일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만은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국민 정서와 직결됐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의 일방적인 행동 탓에 중단된 만큼 한국이 먼저 재개 언급을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한은은 체면보다 실리를 택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또 일본의 통화스와프 협상 주도권을 중앙은행이 아닌 재무성이 쥐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오는 26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기로 잠정 합의한 것이다. 지난 2013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으로 협정이 종료된 지 5년 만이다.
한은 역시 일본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언제 다시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모른다. 한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과의 실무진급 접촉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 다만 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아 왔을 뿐이었다. 물밑에선 계속 준비해 온 것으로 추측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