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제주삼다수공장 직원 유족 ‘망연자실’
“사고 일주일 전에 딸 돌잔치가 있었어요. ‘잘 키우고 싶다’고 했었는데…”
지난 20일 오후 6시43분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 김모씨(35)가 삼다수 페트병을 제작하는 기계를 수리하다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사고 발생 후 모든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됐다. 23일 사고가 발생한 기계에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다.2018.10.23/뉴스1 © News1
지난 20일 제주시 조천읍 제주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고로 동생 김모씨(37)를 하늘로 떠나 보낸 형 김모씨(39)는 23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의료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생전 고인의 모습을 이 같이 회고했다.
어렵게 입을 뗀 그는 “동생은 늘 묵묵했지만 책임감이 강했다”며 “적지 않은 나이에 첫 아이를 가진 터라 그 누구보다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했다. 그런데 딸 돌잔치 일주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고 눈물을 삼켰다.
그는 이어 “(동생은) 입사 10년차 조장이었는데,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며 “평소 정년을 채우고 싶어 했는데 이마저도…”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막냇동생 김모씨(32)도 “한 방에서 같이 자라 투정을 많이 부렸는 데도 군말 없이 모든 걸 받아주는 든든한 형이었다”며 “그동안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가족들은 더…”라고 말끝을 흐렸다.
23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의료원에 마련된 고(故) 김모씨(37)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고 김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43분 제주시 조천읍 제주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페트병을 만드는 제병기 기계에 목이 끼여 숨졌다.2018.10.23/뉴스1© News1
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고(故) 김씨의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꿈 많던 30대 가장이었다.
김씨와 초·중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 임모씨(37)는 “종종 함께 점심을 먹을 때면 가족 얘기 밖에 안 하던 착한 친구였다”며 “남겨진 가족 걱정에 친구가 쉽게 하늘로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제주삼다수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와 만남을 거부해 왔던 유족들은 전날 밤 공사로부터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유족에 대한 지원 등을 약속 받고 장례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43분 제주시 조천읍 제주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페트병을 만드는 제병기 기계에 목이 끼여 숨졌다.
경찰은 김씨가 갑자기 멈춘 제병기의 센서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계 안에 들어섰다가 다시 기계가 작동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사고 기계를 제작한 일본 업체 등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정확한 사고 원인과 업무상 과실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