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명품 쌀 브랜드 ‘아퀘렐로’ 수분 뺀후 금속캔 넣어서 숙성… 쌀알 표면 미세한 균열 나게해 소스 적절히 밴 리소토에 적합… 차별화 공정으로 쌀알 개성 살려
이탈리아 토리노 지방에서 쌀 농사를 짓고 있는 론돌리노 가문은 제조 공정을 차별화한 쌀 브랜드 ‘아퀘렐로’로 유명 셰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문정훈 교수 제공
이탈리아의 쌀 브랜드 ‘아퀘렐로(Aquerello)’가 그 주인공이다. 이 쌀을 만드는 론돌리노 가문은 유럽 쌀 생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곡창지대 토리노 인근에서 1935년부터 쌀농사를 지어 왔다. 아퀘렐로는 이탈리아어로 수채화(水彩畵)란 뜻이다. 이 지역의 풍경이 마치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쌀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을 다루는 기술이라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아퀘렐로는 포장부터 특별하다. 쌀을 금속 캔에 넣고 질소를 충전해 밀봉한다. 공기와 접촉해 산패(酸敗)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쌀알은 수분을 빼 말리는 ‘드라이 에이징’ 방식으로 7년간 숙성시킨다.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쌀알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촘촘하게 나 있다.
또 아퀘렐로는 일반 쌀과 다른 풍미와 영양을 뽐낸다. 코팅 공정 덕분이다.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미강(米糠)이라는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데 론돌리노 농장에서는 이 미강을 모아 곱게 간 후 쌀알과 섞는다. 미강에 함유된 다양한 미네랄과 단백질이 쌀알 하나하나를 감싼다. 그래서 아퀘렐로는 씻어서 먹지 않는다. 캔에서 개봉한 후 바로 조리해야 한다.
이렇게 아퀘렐로는 복잡하고 섬세한 제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보통 쌀은 재배, 추수, 탈곡, 도정, 포장 등 5단계를 거쳐 출시되는데 론돌리노 가문은 이를 무려 24단계로 세분했다. 품종은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르나롤리 종이다. 그러나 정밀한 제조 공정으로 평범한 쌀을 새로운 상품으로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적은 인력으로도 쌀 재배가 가능하도록 농장의 기계화에도 꾸준히 투자했다. 과거 일꾼 120명이 하던 일을 현재는 20여 명이 한다.
한국의 사정을 생각하면 아퀘렐로의 성공은 더욱 부럽다. 한국에서 재배된 모든 쌀은 각 지역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일괄적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효율적으로 쌀을 제조하기 위해 공정의 대형화, 자동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여러 농가의 쌀이 뒤섞여 버린다. 쌀알 하나하나의 개성은 사라진다.
론돌리노 농장 인근 식당에서 아퀘렐로로 만든 이 지역의 전통 리소토를 먹으면서, 새로움과 전통이 결합될 때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아퀘렐로로 만든 리소토의 맛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