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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와 클럽, 같을까 다를까… 엇갈린 법원 판단

입력 | 2018-10-24 03:00:00


성인나이트와 클럽이 같은 업종일까, 다른 업종일까.

최근 서울고법 민사6부(부장판사 이정석) 심리로 열린 2심 재판에서 A 씨는 “성인나이트와 클럽은 같은 업종”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호텔 지하에서 성인나이트를 운영했던 A 씨는 호텔 측이 성인나이트 자리에 클럽을 만들어서 동일 업종 영업을 하지 않기로 한 계약을 어긴 것이라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이 성인나이트는 1981년 영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까지 20여 년간 강남의 대표 성인나이트로 큰 인기를 누렸다. 소위 ‘물 좋다’는 소문이 전국에 퍼질 정도였다. A 씨는 2008년 성인나이트의 운영을 맡았다. 상호 일부를 바꾸고 호텔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뒤 호텔을 운영하는 B사가 A 씨에게 성인나이트 문을 닫으라고 요구했다. 호텔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또 은행이 성인나이트가 있는 호텔에 담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도 들었다. A 씨는 5년 가까이 버텼다. 하지만 결국 2013년 성인나이트 문을 닫으면서 B사와 새로운 계약서를 썼다.

‘B사는 5년 동안 이 호텔 내에서 성인나이트와 동일 업종을 운영하지 않는다. 만약 동일 업종을 운영하거나 임차할 경우 손해배상액으로 30억 원을 지급한다.’

A 씨는 당시 강남의 다른 지역에서 성인나이트를 운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사 호텔의 새로운 성인나이트나 클럽이 경쟁 상대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2년 뒤 호텔 성인나이트가 있던 자리에 클럽이 들어섰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이 울려 퍼지고 공연이 자주 열렸다. A 씨는 B사를 상대로 계약을 위반했다며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리고 클럽을 직접 찾아가 현장 조사를 했다. 클럽 내부 사진을 찍어 재판부에 제출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대로 ‘성인나이트는 클럽과 같은 업종’으로 판단했다. 성인나이트와 클럽 모두 음악을 들으면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는 점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본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이 성인나이트와 클럽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반면 앞서 1심 재판부는 B사의 손을 들어줬다. 성인나이트와 클럽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 주 이용 목적, 그리고 이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업종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성인나이트는 주로 30∼50대가 상주하는 웨이터를 통해 이성과 부킹(즉석만남)을 하는 반면에 클럽은 보통 20대들이 춤추거나 공연 분위기를 즐기려고 찾는 곳으로 차이가 있다고 봤다. 또 성인나이트에는 룸이 여러 개 있어서 담당 웨이터를 통해 룸을 사전 예약하고 입장료 없이 들어가는 반면에 클럽은 공간이 트여 있고 입장료를 받는 점이 다른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성인나이트와 클럽은 영업 규모, 인테리어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해당 클럽이 성인나이트의 인기나 영업 노하우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성인나이트와 클럽은 고객들이 마음껏 유흥을 즐기도록 보조하는 수단이 다를 뿐”이라며 “그 차이는 영업 종류 자체를 달리 볼 정도의 결정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액은 30억 원이 지나치게 많다며 절반인 15억 원으로 정했다. B사는 이에 불복해 15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