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경 산업1부 기자
‘카카오 택시 몰아내자’라고 쓰인 붉은 띠를 머리에 맨 한 운전사는 “30년간 택시 운전을 했다.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기사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를 몰아내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한 운전사는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나와 40년을 택시 운전만 했는데 카풀이 생기면 이제 뭐 해 먹고사냐”고 토로했다.
택시 운전사들의 하소연을 보면서 한편으론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달 초 ‘타다’(승합차 호출 앱)를 이용한 경험 때문이다. 당시 운전사 김모 씨(46)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다. 김 씨는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나와 20여 년을 연극판에서 보낸 사람이었다. 공연이 없는 날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정장을 차려입고 손님의 호출을 기다린다고 한다.
김 씨는 말을 이어갔다. 타다 기사들은 3교대를 하는데, 교대를 하러 차고지로 갔을 때 우연히 연극을 하는 선배와 후배를 만났다는 것이다. 타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말이다. 그는 “연극판에 있는 사람들이 밤에 대리운전사 일도 많이 하는데, 타다는 사납금도 없고 사람을 더 많이 태워야 하는 의무도 없어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비단 연극인만이 아닐 것이다. 카카오 대리운전을 하며 소설을 쓴 김민섭 작가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모빌리티(이동) 서비스는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아줄’이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정책 당국인 국토교통부는 신중한 자세다.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하지만, 기존 업체들에 과도한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우선 ‘법을 위반하는지’를 신규 서비스 허용 잣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승차 공유 서비스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시행령 제18조)상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기사 알선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규제 이슈에선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존 택시업계의 위축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하는 일자리를 포기해야 하나. 국토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내주길 기대한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