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영어는 북미나 유럽 지역 사람들과도 사용하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의 사람들과 일할 때에도 쓰인다. 지난여름 한 글로벌 기업의 의뢰를 받아 방콕에서 한국을 포함해 대만, 인도, 일본, 중국, 태국에서 온 직원 20여 명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써야 한다는 것 외에 영어로 소통할 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은 문화이고,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이란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한 말이다. 그는 소통문화에 따라 저맥락 문화와 고맥락 문화로 나누었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고맥락 문화이며 미국, 호주, 독일 등은 저맥락 문화이다.
저맥락 문화에서는 소통을 할 때 메시지(문장)에 대부분의 정보를 담아서 명확하게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반면 고맥락 문화에서는 메시지에 담긴 정보보다 맥락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이유로 보통 저맥락 국가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계약서는 한국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계약서보다 더 상세하며, 양이 많다. 외국 커피 브랜드 매장에 가보면 뜨거운 커피를 주면서 컵에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고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커피를 건네면서도 말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국의 빌딩에선 청소할 때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을 세워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는 ‘컬처 맵’의 저자 에린 마이어는 고맥락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할 때 더 큰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맥락 문화에서 메시지에 최대한의 정보를 담는 이유는 상대방이 나의 상황을 잘 모를 것이라는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맥락 문화에서는 상대방이 나와 어느 정도 공통의 맥락을 공유한다고 가정하고는 메시지에 명확한 정보를 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한국과 일본 사람이 영어로 소통할 때, 두 사람 모두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차 세계는 좁아지고 있다. 영어를 이용하여 외국인과 소통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란 나와 문화나 경험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서로 공유하는 맥락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대와 소통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에는 우리 문화가 고맥락임에도 불구하고 저맥락으로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저맥락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6하원칙을 쓰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왜 하는 것이며(why),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what), 방법은 무엇인지(how), 언제까지(when),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who), 그리고 현재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지(where) 등에 대해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소통하는 데 중요하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