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양선언-군사합의 비준 “비핵화 촉진… 우리 경제에도 도움”, 野 “국회 비준동의 없이 독단” 반발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를 열고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심의한 뒤 각각 서명해 비준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비준을 거친 평양공동선언은 조만간 관보에 게재돼 비준 효력을 발휘하고, 군사 분야 합의서는 북측과 문건을 교환한 뒤 관보 게재로 효력이 발휘된다. 그러나 야당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국회와 합의 없이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인 두 안건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것에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두 안건의 비준에 대해 “남북 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안건이 비준 효력을 발휘하면 남북 정상 간 합의가 법제화되는 첫 사례가 된다. 이전에 남북 정상 간에 이뤄진 6·15공동선언(2000년)이나 10·4공동선언(2007년)은 대통령 비준을 거치지 않았다.
청와대가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기다리지 않고 평양공동선언 등을 비준한 건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별개로 남북 관계를 빠르게 추진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또 정부가 대북 협력 및 군사적 긴장완화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춰 한반도 평화 국면의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는 뜻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먼저 해 나가자는 취지”라며 “남북 교류의 활성화, 북한의 개방 등은 비핵화 프로세스를 촉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새로운 남북의 합의들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만들 때 국회(비준 동의)에 해당되는 것이지 원칙, 방향, 선언적 합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원칙과 선언적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