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돈으로 개인 별장을 지었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화경(62) 오리온그룹 부회장을 수사해온 경찰이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부회장이 2008~2014년 경기도 양평에 별장을 건립하면서 법인 자금 203억원을 유용했다고 보고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어떻게 봐도 분명한 개인 별장”
앞서 오리온은 “해당 건물이 외부 귀빈용 영빈관과 갤러리 등 목적으로 설계됐으며, 2014년 완공 시점에 용도를 재검토해 지난 4년 간 임직원 연수원으로 썼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부지 선정, 건축 설계, 자재 선택 등 건축 대부분 과정을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은 물론 건물 내부에 요가룸, 야외 욕조, 와인 창고 등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개인 별장 구조라는 게 객관적으로 증명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 건물이 사실상 법인 용도로 사용된 적이 없는 점, 내부에 이 부회장 사비로 수십억원대 가구를 들여놓은 정황 등도 개인 별장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결정적으로 해당 건물을 직접 지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한 목소리로 이와 같은 건물 구조는 별장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남편인 담철곤(63) 오리온 그룹 회장에게 주요 혐의를 뒀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별장 건축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람이 이 부회장이라는 진술을 확보, 이 부회장을 집중 수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경찰은 담 회장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한편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회삿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써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담 회장은 지난 2011년 약 30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재판에 넘겨졌다. 담 회장은 미술품을 법인 돈으로 사들인 뒤 이를 자택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14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중국에 위장 자회사를 차려 비자금 160억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담 회장은 1심에서 공소사실이 대부분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약 4억원어치의 회사 미술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회사 연수원에 보관된 법인 소유 미술품을 직원을 시켜 자택으로 옮기고, 연수원에는 모조품을 놔뒀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 사건은 시민단체의 담 회장 고발로 시작됐으나 담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 부회장만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