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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현금인출기 된 한국증시… 바닥 또 뚫렸다

입력 | 2018-10-25 03:00:00

코스피 2100, 코스닥 700 붕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셀 코리아’ 행진이 1개월째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코스피는 이틀 연속 연중 최저치를 나타내며 24일 2,100 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는 11개월 만에 700 선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외풍에 허약한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가 쌓여 있어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0월에만 시가총액 203조 원 사라져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40% 떨어진 2,097.58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3월 10일(2,097.35)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더 큰 폭으로 떨어져 2.74% 급락한 699.3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2일(694.96)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비중 축소에 나선 외국인의 공포가 국내 증시를 집어삼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4조206억 원을 순매도했다. 2015년 8월 4조2950억 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33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0.7% 폭락해 시가총액 163조 원이 증발했다. 코스닥까지 더하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203조 원이 사라진 셈이다.

최근의 ‘셀 코리아’는 신흥국 시장의 펀드 자금 이탈과 관련이 깊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 등 펀드에서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운용사들도 서둘러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장기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주 네이버의 외국인 주요 주주가 지분 2.2%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한 데 이어 23일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 지분 2.9%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증시 추락을 막아줄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떨어지면 금방 반등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PBR가 0.96배까지 내려갔는데도 저지선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 ‘증시 한파’ 길어질 가능성

내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신흥국 지수에서 중국 본토주식(A주)의 비중을 현재 0.7%에서 2020년 3.4%로 확대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한국 주식의 비중은 14.8%에서 13.9%로 줄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주식도 신규 편입된다. 증권가에서는 최소 10조∼17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빠지는 자금을 ‘엑소더스(대탈출)’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매도가 있을 순 있지만 대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몰아친 증시 ‘한파’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고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추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