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양승태 사법부, 통진당 소송 개입…의견서 거부 판사는 ‘승진탈락’

입력 | 2018-10-24 23:30:00

통진당 소송 전방위 관여…이동원 현 대법관 연루
헌재 대해 영역 다툼…재판장에 대법 의견서 전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키맨’으로 꼽히는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에 재임하며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18.10.15/뉴스1 © News1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관련 소송 대부분에 재판부에 의견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개입을 시도하고, 이를 거부한 판사는 승진 탈락 등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23일) 청구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사전구속영장에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 후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행정처가 작성한 의견서를 재판부에 전달해 개입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포함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지난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해당 소송에서 “헌재가 헌법 해석·적용에 대한 최종 권한으로 내린 결정이기에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앞선 5월 행정처에서는 같은 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반 부장판사에게 헌재 결정에 대해 본안 판단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판단하던 대법원은 이에 분노해 간부 회의를 열고, 당시 양 대법원장과 박병대 행정처장(대법관)을 필두로 2심에서는 각하가 아닌 항소 기각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결정을 했다.

이후 임 전 차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행정처 심의관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했고, 간부 회의에 참석했던 실장 중 한 명이 직접 봉투에 담아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6부의 당시 이동원 부장판사에게 전달했다.

그는 “1심은 이 사건 심판권이 법원에 없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했으나, 행정소송법상 당사자들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는지 여부에 대한 소송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며 의견서 내용대로 항소를 기각했다. 전 통진당 의원들의 상고로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행정처는 반 부장판사가 1심에서 의견서 내용대로 판단하지 않자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담은 문건을 작성하는 등 내부 공세에 나섰고, 이후 반 부장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탈락했다. 2심 판단을 맡은 이 부장판사는 지난 8월부터 대법관으로 재임 중이다. 이 대법관 또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앞서 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조사 결과 이모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행정처 소속 심의관들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보고’ ‘통진당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에 관한 의견’ 등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같은 정황을 포함해 검찰이 보고 있는 임 전 차장의 혐의는 30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과 함께 양 전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윗선 수사의 분수령이 될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에서 26일 오전 10시30분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