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자산동결 해제” 통보 비핵화 협상 최근 지지부진하자 경제협력 통한 새 돌파구 기대
○ 김정은, 본인 결정 뒤집으며 ‘자산 동결 해제’
북한이 최근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자산 동결 해제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달 평양공동선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자산 동결 해제 의사를 통보받은 뒤 면밀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방침을 세웠다. 앞서 여섯 번이나 개성공단 기업인의 현장 방문을 유보했지만 북한이 우리 기업인들의 자산을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공단 자산의 현재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달 말 개성 기업인들의 현장 방문을 북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워싱턴, “한국 경제에 해로울 수도”
남북이 개성공단 자산 동결 해제 카드까지 꺼내며 경협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정체된 비핵화 협상과 연계되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남북이 올해 숨 가쁘게 달려온 비핵화 기조의 속도감을 유지할 방안이 현재로선 경협 외에는 마땅치 않다는 판단이 서로 어느 정도 일치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에게 공단 가동 재개로 경제 회생 가능성을 심어 주고 대외적으로 외부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존해준다는 ‘정상 국가’ 이미지를 전할 수 있다. 정부로서도 국내 투자 기업들에 재기의 희망을 주는 한편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 같은 장기 과제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차기 북-미 정상회담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제재 문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선 미국에선 이런 남북의 경협 가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과 관련한 일련의 조치는 결국 개성공단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에 대해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것이며 공단 재가동과는 무관하다”고 일단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첼 라이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23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와 한 인터뷰에서 “만약 한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에 일방적인 접근법을 취하기로 결정할 경우 한국 경제에 극히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대화가 비핵화 진전 속도에 비해 이렇게 빠른 건 처음 봤다”고도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