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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수정]심신미약 범죄자가 재범 비율 더 높다

입력 | 2018-10-25 03:00:00

2년전 강남역에서 불붙은 심신미약 감형, ‘PC방 살인’으로 靑 100만 청원까지
사회에 피해의식 있는 심신미약 범죄자
‘묻지마 살인’ 40% 이르고 재범률도 60%
말 없는 다수의 생명과 안전 보장하려면 치료감호법 개정하고 적극 관리해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형사정책 분야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조언을 해 온 이후, 지난 한 주처럼 심신미약 범죄자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진행된 적은 없었다. 심지어는 치료감호법 개정 때도 거의 아무도 관심 없는 문제를 실무자들끼리 논의하여 법안을 손보곤 하였다. 그랬던 주제가 100만 명의 관심사가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심신미약이란 형법 10조 2항에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심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사물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의 결함이 있다면 형사책임을 조각해 준다는 조항이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거나 음주감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선례는 바로 음주감경을 받은 조두순과 조현병이 있었던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의 피고인이다. 이들은 만인이 공노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범행 당시 사물변별 능력이 떨어졌었다는 이유로 형벌을 감경받았다. 이후 이들 판례는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고 바로 이런 인식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있어서만큼은 정당한 처벌이 내려지게 해달라는 청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 이루어질 양형 판단은 재판부에 맡겨두기로 하고, 여기서는 심신미약으로 비면식 관계인 불특정 다수를 공격해 살해하는 등의 폭력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잠시 살펴보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김성수는 상해 전과로 두 번 이상 처벌받은 경력이 있었다. 소위 묻지 마 살인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이런 사건들의 40% 정도는 소위 심신장애자들에 의하여 발생한다.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등 이들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여러 가지이나 핵심적인 공통점은 바로 피해의식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조그만 충돌에도 쉽게 폭발한다. 또 한 가지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를 향한 적대감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욕구를 법이나 질서보다 더 상위의 가치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규범을 따르지 못한다. 반사회적인 사고방식과 피해망상이 있다 보니 사람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박해망상이 심해지다 보니 이들은 자신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 나아가 세상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니 막상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이나 반성은 존재치 않는다.

이런 사람들의 문제는 재범률이다. 범죄 발생과 관련된 여러 가지 통계들은 심신미약 범죄자들 중 재범자의 비율이 60%를 넘겨 일반 범죄자들보다 더 높음을 보여준다. 전과 9범 이상의 비율도 25% 정도이다. 치료감호소에서 가출소한 사람들의 3년 이내 재범률 역시 40% 정도이다. 이런 통계들은 이들의 재사회화 가능성이 매우 적으며 형이 종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에 다양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에게 필요한 약물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치료를 강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다 보니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받아 출소한 이들이 인명 피해가 날 때까지 비슷한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예견된 위험이었다. 애초 신고를 받고 PC방에 출동하였던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그 자리에서 화해 권고만 하고 돌아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폭력 전과들이 쌓여가는 심신미약자들에게 이젠 형사책임을 조각해 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존재하는 예견된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신장애인의 복지나 인권보호도 중요하다. 하지만 PC방 사건의 피해자의 생명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이다. 치료감호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 때마다 수많은 정신장애인 관련 단체들의 개정 취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말없는 시민들의 목소리 역시 경청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다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의 안타까운 미래는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100만 명을 넘긴 청원자들이 내려는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입법자들은 꼭 말없는 다수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