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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다문화

입력 | 2018-10-25 03:00:00


1990년대만 해도 다문화(multiculture)를 활용해 다문화국가, 다문화사회란 말은 썼어도 다문화가정이란 말은 잘 쓰지 않았다. 이런 의미로서의 다문화란 말은 2003년 시민단체 30여 개로 구성된 건강시민연대에서 국제결혼 부부나 혼혈아 대신 다문화가정으로 부르자고 제안하면서부터 언론에서 점차 쓰이기 시작했다.

▷볼테르, 루소 등 프랑스 위인들의 무덤인 팡테옹에 올 7월 안치된 시몬 베유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1970년대 여성 낙태 합법화에 기여한 저명한 여성 정치인이다. 그가 1970년대 파리 시내 동북부의 벨빌 지역을 방문했다가 너무나 많은 이민자들의 모습에 “이곳은 파리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놀랐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경기 안산시 원곡동 혹은 서울 대림동이나 가리봉동의 외국인 실태는 지금이야 많이 알려졌지만 10년 전에 그곳을 찾았다면 우리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파리 시민도 의식하지 못하는 속도로 파리가 달라졌듯이 우리의 다문화 상황도 그렇다.

▷얼마 전 서울 대림동 대동초등학교의 올해 신입생 72명 전원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보도가 나왔다. 전교생을 기준으로 보면 10명 중 8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다. 절대 다수는 중국동포의 자녀다. 중국 동포의 대동초 선호와 한국 학부모의 대동초 기피가 맞물린 현상이다. 다문화가 그 정도로 깊어졌나 해서 놀랍기도 하지만 한국인 일색인 것이 다문화가 아닌 것처럼 중국동포 일색인 것도 다문화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다문화사회 특유의 고립화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이 어제 열렸다. 올해 8년째다. 중국 출신 여성으로 한국인과 결혼해 이주여성 사회 적응 매니저로 활동하는 천즈 씨 가족이 다문화가족상 대상을 받았다. 우리 속의 타자(他者)와 어떻게 공존할 것이냐는 글로벌시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윤리적 과제이기도 하다. 공존이 혼란으로 흐르지 않고 시너지가 되도록 모두 더 노력해야 한다. 다문화란 말이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다문화사회가 진정한 다문화사회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