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대위원장 100일 맞은 김병준 1박2일 동행 인터뷰
대구 민심은… 24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KTX 안에서 비대위 현안 관련 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KTX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 100일에 대해 “낙제(60점)는 겨우 면했다”고 자평했다. 대구=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4일 오전 동대구역. 취임 100일을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당의 심장이자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를 방문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100일 소감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웃었지만 피곤해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전임 홍준표 대표의 막말 정치와 차별화하면서 어느 정도 연착륙엔 성공했지만, 외부 영입 인사 특유의 파격적 쇄신은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당 지지율은 여전히 10%대 초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 안팎에선 “김병준은 노무현 사람 아니냐”는 말도 계속 나온다. 김 위원장을 1박 2일간 동행하며 인터뷰했다. 그는 자주 한숨을 쉬었다.
―대구 분위기는 어떤가.
―인적쇄신을 하면 되지 않나. 당협위원장은 얼마나 교체할 것인가.
“253명의 일괄 사퇴를 받았는데, 몇 명 바꿔서 명분이 서겠나. 교체할 곳이 제법 나올 것이다.”
―위원장이 사용할 권한이 별로 없는 건가.
“가용할 수 있는 권력적 자원이 많지 않긴 하다. 그래도 253개 당협위원장 심사에서 최종 결정권한은 비대위원장인 나에게 있다. 조직강화특별위원인 전원책 변호사도 ‘무리’가 있는 결정이라면 사전에 나랑 협의해야 한다.”
“김무성 의원을 만나 보니 내년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생각은 좀 갖고 있는 거 같더라. 그 말로 답을 갈음하겠다. 주변에서 걱정하시는 건 알겠는데, 보수 정당이 무너져 진보정당 천지가 되는 일은 결코 발생할 수 없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영입한 전원책 변호사는 연일 바른미래당을 향해 보수 대연합을 제안하고 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바른미래당에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비빔밥이라고 우기지 말라’며 한국당을 쓰레기에 비유했다. 이런 당과 통합이 가능한가.
“보수 재건을 위해 힘쓰는 와중인데 참 ‘엄청나게 과격한’ 표현이다. 그리고 쓰레기도 재활용할 수 있다.”
―100일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봤나.
“도, 무, 지, 앞이 안 보인다.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 자체에 소극적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배정책이지 성장정책이 아니다. 여당 대표에게 이 문제를 토론하자고 해도 답도 없다. 남북 군사합의 결과를 보면 김정은 유고 시 핵이 누구 손에 들어가게 될지도 이제 한국은 모른다.”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해온 발언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비대위가 정리한 김 위원장의 핵심 발언 약 6000단어를 분석한 결과 많이 나온 단어는 국민(44회) 정부(42회) 정책(36회) 일자리(25회)순이었다. 과거의 ‘막말정당’의 이미지를 정리하고 당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정책담론’에 집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한국당의 정치 언어를 복원시키며 대화 분위기는 만들었는데 여권에선 김 위원장을 여전히 ‘변절자’로 보고 있지 않나. 그래서 토론도 거절하는 것 아닌가.
“내가 변절인지 자기들이 변절인지 그것도 한 번 토론할 대상이다. 본질은 노무현이 소속된 정당에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책을 그렇게 반대하던 인사들이 필요할 때마다 ‘노무현 간판’을 거는 게 변절 아닌가.”
1박 2일간 김 위원장이 가장 편안해 보였던 자리는 23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깃집에서 열린 영남대 동문 모임이었다. 김 위원장이 평소 자제하는 ‘소폭’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한 동문이 “보수를 위해 병준이 잘할 수 있제?”라고 했더니 김 위원장은 “그래, 하마”라며 웃었다.
대구=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