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운 정치부 기자
결과는 프랑스의 몰락이었다. 1689∼1815년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7차례의 큰 전쟁에서 영국은 매번 승리했다. 영국은 효율적인 공공재정 관리를 앞세워 유럽 금융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전쟁비용을 조달해 국가부채에 허덕이던 프랑스를 눌렀다.
300년 전 프랑스 얘기를 지금 꺼내는 것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비리와 국가재정 낭비가 화두로 떠올라서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이 노조와 결탁해 친인척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 행태는 관직을 매수해 공공재정을 유용한 18세기 프랑스의 부패상을 연상시킨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봉급은 대부분 혈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비효율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보안, 환경미화, 교통관리 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회사 2개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특수경비업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현행법 때문에 자회사 한 개를 추가로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회사가 늘면 당연히 관리비용은 늘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예상 밖 비효율이 발생하자 정규직 전환 비율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472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추진 과정에서 목표 인원이 당초 계획의 40.5%(1917명)로 줄었다.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공공재정 집행에 대한 야권과 언론의 쓴소리를 여권은 ‘정치 공세’로 몰아붙일 일이 아니라 귀를 기울여야 한다. 케네디는 “18세기 영국의 우위는 공공재정에 대한 의회 통제에서 비롯됐다”고 했었다. 국회가 바로 서야 공공재정도 바로 설 수 있다.
김상운 정치부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