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환자 위급상황에도 지정된 장소밖에 착륙 못해 무전도 안돼 카톡으로 연락 정부 지원발표후에도 어려움 여전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립중앙의료원 국정감사장에 나온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사진)의 하소연이다. 그는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해 닥터(응급)헬기 소음 민원 등을 이유로 응급환자 근처에 착륙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선 영국 닥터헬기 출동과 응급의료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국감장에서 보여주며 “선진국은 환자가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다”며 “영국의 경우 주택가는 물론이고 인기 많은 럭비 경기 중 환자가 발생하면 경기를 중단시키고 경기장 한가운데에 헬기가 착륙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위급한데 인계점에만 착륙하라는 규정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고속도로나 공터든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어디에서든 헬기가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전남 여수 해상종합훈련 중 한 해경 승무원이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제때 이송이 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난 주변에 허가받은 착륙 장소가 없어 아예 이륙을 못한 탓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2018년 6월 총 6340건의 응급헬기 출동 요청이 접수됐지만 이 중 80건은 착륙장을 쓸 수 없어 출동하지 못했다.
지난해 북한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외상센터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알려지면서 각종 정부 지원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장은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닥터헬기에서 상호 간 무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이 가능한 낮은 고도에서 겨우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한다”며 “선진국은 30분 안에 중증 외상환자 수술을 시작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술을 받는 데 7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