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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中권력… 이번엔 홍콩부호 고문치사 1년 반 만에 드러나

입력 | 2018-10-25 03:00:00

작년 3월 숨진 라우헤이윙
구금 50일간 자백강요 극한 고문… 늑골 7군데 골절 의식 잃고 숨져
재판과정 기소장에 전말 담겨
中법원, 고문 연루 9명에 실형… 조사 이유는 여전히 공개 안해




2017년 3월 19일 오전 4시경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검찰원의 신문실. 쉬쉐저(許學哲) 등 검찰관들은 붙잡혀 온 홍콩 사업가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자 극한의 고통을 줘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등 뒤로 수갑을 채운 두 손을 공중으로 힘껏 들어올리기를 반복했다. 두 다리는 앞쪽의 의자 등받이에 묶여 있었다. 검찰관들은 머리와 어깨를 눌러 피해자의 상반신이 다리 쪽으로 ‘접히게’ 했다. 이런 고문은 의식을 잃을 때까지 30여 분간 계속됐다. 4시 반경 몸이 축 늘어졌다. 의식을 잃은 것이다.

홍콩 킴벌리호텔을 소유한 홍콩 부호이자 관영 중국중앙TV의 유명 사회자 류팡페이(劉芳菲)의 남편인 라우헤이윙(중국명 류시융·劉希泳)이 중국 검찰의 고문을 받던 중 사망했다. 홍콩 싱다오(星島)일보에 따르면 중국 공안의 검시 결과 라우헤이윙의 흉부 늑골 7군데가 골절됐고 눈과 코에 받은 압력이 더해져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우헤이윙에 대한 검찰의 고문 과정은 물론이고 사망 원인 등 사건의 전말은 올해 9월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9월 톈진(天津)시 법원에서 가해 검찰관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중국 공권력의 어두운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톈진 제1중급인민법원은 쉬쉐저 등 고문 사건 연루자 9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고문을 주도한 쉬쉐저는 15년형을 받았다. 고문에 가담한 검찰관 7명에게는 3개월∼11년형이 선고됐다. 팀장이었던 자오보중(趙伯忠)은 직무유기로 4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라우헤이윙이 왜 구금되고 조사받았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았다.

홍콩 인터넷 매체 펑황왕(鳳凰網)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기소장에 드러난 중국 옌볜 검찰의 고문 전말은 충격적이다. 라우헤이윙이 사망한 날은 구금된 지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2017년 3월 15일부터 19일 오전 4시경까지 4일간 쉬쉐저 등은 라우헤이윙의 두 다리를 앞쪽 의자에 묶어 놓고 두 손을 등 뒤로 해 수갑을 채운 채 신문을 진행했다. 눈가리개도 하게 했다. 3월 18일 낮 12시∼오후 2시 2시간 휴식 시간을 준 것 외에는 나흘간 계속 이런 상태로 방치했다. 밤에도 신문은 계속됐다. 테이프로 입을 막고 열쇠로 발바닥을 찔렀다. 변기 압축기로 코와 입 부위를 쑤시는 고문도 했다.

중국 본토에서 태어난 라우헤이윙은 197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한 뒤 홍콩에서 창업해 영주권을 얻었다. 그가 2016년 11월 중국공상(工商)은행의 2억 홍콩달러(약 288억 원) 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돼 체포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범죄 혐의를 받았더라도 피의자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고문당해 사망하고 사건의 전말조차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인권을 경시하는 중국 사법체계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라우헤이윙의 아내 류팡페이는 올해 4월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 “고통스러워 숨을 쉴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느낌을 가져본 적 있나”라며 울분의 심경을 드러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