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입시 설명회 현장
18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연합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1500여 명의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참석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18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연합회가 주최한 입시 설명회에서는 지난해와 달라진 자사고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2000여 명이 참석해 북적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1500여 명에 그쳤다. 연단에 오른 안광복 중동고 입학홍보부장은 객석을 둘러보며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자사고 입시를 앞둔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우선 올해부터 자사고 모집 시기가 전기(10, 11월)에서 후기(12월)로 바뀌었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교육당국과 이를 막으려는 자사고, 학부모 간 갈등은 현재 법정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또다시 자사고 정책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2022학년도부터 달라지는 대입도 고입 진학의 큰 변수다.
○ “2022학년도 대입, 자사고에 안 불리해”
자사고 관계자들은 현재 중3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에서 자사고가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입 전형은 크게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학생부 교과와 종합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면 좋은 내신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 있는 자사고는 통상 일반고보다 경쟁이 치열해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렵다.
안재헌 중앙고 진학컨설턴트는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자사고 학생들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했다. 저출산으로 내신 1, 2등급 학생 수가 줄면 상위권 대학들도 내신 1, 2등급 학생만으로 입학 정원을 모두 채우기 어려워 내신 3등급 이하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입학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내신 등급 자체보다 학생부의 질적 수준이 대입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 측은 정성 평가인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자사고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각 대학에 정시모집(수능 위주)을 30%로 늘리라고 권고했지만, 2019학년도의 23.8%보다 다소 늘어나는 정도라 주요 10개 대학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여전히 가장 많은 인원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
○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되면 어떡하죠”
설명회에서 만난 학생, 학부모들은 자사고의 장점에 수긍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학부모 김모 씨(45·여)는 “자사고가 좋은 건 알지만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 자사고를 확실히 잡으려는 것 같아 자사고에 보내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오모 양(15)도 “자사고에 다니다가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될지도 몰라 불안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서울 은평구 대성고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반고로 전환됐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폐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세목 서울자사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자사고는 10년째 운영되면서 잘 정착돼 있다”며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를 포함한 교육제도 변경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 자사고 21곳은 일제히 12월 5일부터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원서를 접수한다. 올해 모집 인원은 총 84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