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5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뒤 곳곳에서 사립유치원 폐원 움직임이 감지돼 교육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당정은 이날 방안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각종 대책을 제시했지만, 그간 사립유치원 분쟁의 최대 쟁점이었던 ‘설립자의 사유재산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정부조치에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설립자 및 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 방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시 관내 사립유치원 6곳과 부천시 사립유치원 1곳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2019학년도 만3세 원아모집을 정지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특히 광주 관내 6개 유치원의 설립자는 모두 동일인물로, 해당 유치원의 만3세 정원은 19학급 38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교육청은 “이들 유치원이 정식으로 폐원 인가 신청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만일에 대비해 인근 공립 병설유치원에 총 14개 학급을 증설하는 대책을 세웠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경기교육청 비상대책본부에 직원을 급파했다.
다른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도 폐원 절차 문의가 잇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포항에서는 사립유치원 1곳이 공문을 통해 포항교육지원청에 폐원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일단 반려한 상태”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 16학급 307명 규모의 한 유치원도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12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은 “정식 공문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폐원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유치원 설립 당시 설립자가 건물과 토지, 교구 등에 사유재산을 투자한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은 본인의 교사와 교지를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인가를 요청한 것”이라며 “따라서 현행법상 공적 사용의 대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유재산 갈등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에듀파인을 도입해도 일부 유치원이 본전을 찾으려 돈을 빼돌리는 꼼수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용 청주교대 교수는 “노르웨이의 경우 사립유치원에 약 5% 정도 합법적 이윤 보장을 해주되 나머지에 대해선 완전한 관리감독을 한다”며 “편법적인 이윤 남기기를 막기 위해서는 절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