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기업인]박종범 오스트리아 영산그룹 회장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인으로 거듭난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 그는 “한국 청년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더 다양한 도전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재외동포재단 제공
24일 17차 세계한상대회에서 만난 박 회장은 “오스트리아 같은 서유럽은 이미 모든 게 갖춰진 선진 사회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며 “마침 소련 붕괴 이후 여전히 낙후돼 있지만 경제 성장만큼은 놀랍던 동유럽으로 고개를 돌려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전화와 팩스보다는 직접 일일이 몸으로 뛰어 현장을 가는 것을 영업 원칙으로 삼았다는 박 회장은 2007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역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16개국에 사업장을 두고 총 2500명을 고용 중인 그는 고향인 광주시와 손잡고 매년 한국 청년들을 채용하고 있다. 고국 청년들에게도 최대한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한국 청년들에게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고 했다. 박 회장은 “신입사원들이 대부분 빈 본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요즘 새로 개척하려고 수차례 다니는 아프리카 발령은 꺼린다”며 “내가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에서 사업을 시작했듯 기회는 험한 오지에 있는 건데 왜 피하려고만 하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나도 오지에서 젊은 시절 고생해 봐서 힘들고 두렵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결국 다 사람 사는 동네더라”며 “어려운 대신 충분히 기회가 있으니 청년들이 개발도상국 문을 더 많이 두드렸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25일 청년 대상 특강 무대에 올라서도 “나와 함께 아프리카로 갑시다”라고 외쳤다.
여전히 대기업만 고집하는 풍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자신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더 다양한 기회를 줬던 소규모 기획사에서 출발한 덕도 있었다고 본다”며 “대기업만 찾지 말고 영역 제한 없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에서 출발하는 것도 구직난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