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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에 던져진 ‘폭탄’

입력 | 2018-10-26 03:00:00

오바마-클린턴 등 8명에 폭발물 소포
테러용의자, 트럼프지지 성향 추정… 트럼프 “어떤 종류의 폭력도 안돼”
백악관, 선거판세 악재될까 우려




생방송중 CNN 직원 200명 긴급대피 24일 미국 뉴욕 경찰들이 폭발물 소포가 발견된 맨해튼 타임워너센터 부근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폭발물 소포는 이 건물에 있는 CNN 뉴욕지국 우편물 보관소에서 발견됐으며 경보음과 함께 직원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생방송을 진행하던 앵커들이 놀라 대피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CNN은 트위터를 통해 뉴욕지국 앞으로 배달된 폭발물의 모습을 공개했다(위쪽 사진). 맨해튼=AP 뉴시스

미국 중간선거가 11일 남은 시점에 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에 대한 폭탄 테러 시도가 선거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테러 용의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으로 추정되면서 공화 민주 양 진영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까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자택 등 6군데로 폭발물이 든 소포 7개가 배달된 데 이어 25일 오전 대표적인 영화계 반(反)트럼프 인사인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운영하는 영화사인 ‘트라이베카 프로덕션’ 뉴욕 맨해튼 사무실 앞으로 8번째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익명의 수사 당국자는 CNN에 엑스레이로 확인한 결과 드니로 사무실로 배달된 폭발물이 기존에 발견된 것들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한 9번째 폭발물 소포도 델라웨어의 우편물시설에서 발견돼 당국이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바이든은 지난주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독재자들을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연쇄 테러 기도의 시작은 22일 민주당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뉴욕 자택으로 배달된 폭발물이었다. 뒤이어 23일과 24일 폭발물 소포가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앞으로 배달됐으나 비밀경호국(SS)에 의해 저지됐다.

24일 CNN의 뉴욕지국이 입주해 있는 타임워너 빌딩에는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수신자로 적힌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돼 직원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를 수신자로 한 소포는 플로리다주에 있는 데비 슐츠 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의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해온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을 겨냥해선 소포가 두 건 배달됐다.

폭발물이 실제로 터지진 않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국자에 따르면 소포에는 발화물질로 추정되는 가루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한 유리파편이 들어있었으며 타이머로 추정되는 디지털시계도 내용물에 포함돼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테러 시도는 반트럼프 진영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지원하고 있는 두 전직 대통령과 언론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중간선거 판세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화당이 약진하는 분위기에서 이번 사건이 터져 백악관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분석되는 미국 사회 분열상의 책임을 언론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오후 “어떤 종류의 정치적 폭력과 위협도 미국 내에서는 발붙일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유세장에선 “언론도 끝없는 적대감과 거짓 공격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25일 자신의 트위터엔 “우리를 둘러싼 분노는 내가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주류 언론의 보도에서 비롯됐다”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평소 힐러리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외쳐온 대통령이 자신의 언행은 언급하지 않고 언론을 겨냥했다”고 평가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성명을 내고 “폭력적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