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내년 1~10월 타당성 조사… 양방향 1개 차로씩 확대 추진
중앙차로후 평균속도 10% 감소… 주변 구간도 5~7% 줄어 상습 정체
최근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서 강남 방향으로 바라본 천호대교의 정체 모습. 왼쪽 강북 방향의 차량 정체가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쓰이는 1차로를 제외하고 다리 전 구간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천호대교 확장을 추진한다. 왕복 6차로를 왕복 8차로로 넓히는 것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중앙차로) 개통 후 천호대교와 그 주변이 극심한 교통 체증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확장을 검토하게 됐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천호대교 확장 타당성 조사는 내년 1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다. 조사에는 2억 원이 든다. 천호대교는 1976년 서울 광진구 광장동과 강동구 천호동을 잇는 1150m 길이의 왕복 6차로로 개통됐다.
서울시가 천호대교 확장을 검토하게 된 것은 올 5월 개통한 중앙차로 때문이다. 시는 천호대로 중앙차로를 잇기 위해 천호대교에도 이를 설치했다. 1km가 넘는 교량 중 국내 최초였다. 하지만 다리에서 2개 차로만 쓰게 된 일반 차량이 갇히게 되면서 정체가 벌어졌다(본보 6월 7일자 A18면 참조). 서울시는 ‘천호대교 확장 타당성 조사 용역 계획’에서 ‘왕복 10차로인 천호대교 북·남단(천호대로)과 왕복 6차로인 교량의 차로 수 불일치 발생’, ‘중앙차로 개통에 따라 교량에서의 일반 차량 통행 병목 현상 및 주변 교차로 혼잡 발생’을 인정했다.
당초 서울시는 일반 차량이 인근의 구리암사대교와 올림픽대교로 우회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늘면서 정체가 해소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본보가 중앙차로가 개통한 5월부터 9월까지 천호대교 구간과 이를 포함한 광장사거리∼천호사거리 구간의 일반 차량 속도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예측은 빗나갔다. 천호대교는 매월 양방향으로 평균 10% 남짓 속도가 줄었다. 주변 구간은 5∼7% 감소했다. 지난해 교통이 원활했던 천호대교가 상습 정체 구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시는 중앙차로 개통을 활용해 버스 노선 증설, 차량 증차 등 버스 이용 여건을 개선하려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천호대교에 중앙차로를 놓으려고 계획했던 것은 2004년부터였다. 하지만 10년 넘게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중앙차로를 개통했다가 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 결국 주변의 교통망 사업도 영향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연내에 천호대교 남단의 천호지하차도를 매립하고 중앙차로를 연장하려 했지만 천호대교 정체가 심각해 착공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7월 한남2고가를 철거하고 중앙차로를 놓으려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시는 “고가 철거 후 중앙차로를 개통하면 강남 방향 버스 속도까지 30% 떨어진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사업을 강행하려다 여론 반발에 부딪혀 착공 하루 전 보류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