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응급환자 병원 전전 여전… 충남-전북-제주 등 농촌지역 높아
‘골든타임 2시간’ 넘기기 일쑤, “이송체계만 바꿔도 생명 살려”

○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 1222명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2시간 안에 응급실로 옮겨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기껏 찾아간 응급실이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심장혈관 확장술을 할 수 없다면 2시간 골든타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적잖은 환자들이 A 씨처럼 엉뚱한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군구 252곳(구가 있는 도시는 구별 집계)을 대상으로 환자 전원(轉院) 비율을 살펴보면 지역 간 차이가 더 확연히 벌어졌다. 충남 서산시에선 급성 심근경색 환자 171명 중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경우가 67명(39.2%)이나 됐다. 10명 중 4명꼴로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는 뜻이다. 서산 외에도 태안군(30.6%) 청양군(26.3%) 홍성군(25.7%) 당진시(22.8%) 등 충남 지역에는 전원 비율이 상위권인 시군이 몰려 있다. 그만큼 응급의료 시설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 골든타임 준수율 아무리 높아도…
심근경색 발병 뒤 2시간 내 응급실을 찾는 ‘골든타임 준수율’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 비율이 높다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그런 지역이 적지 않았다. 경기 광명시는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의 첫 응급실 도착 시간 중앙값(도착 순서대로 환자를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시간)이 93분으로 비교적 짧았다. 하지만 환자의 16.4%는 첫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 11곳뿐인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국 곳곳에 지역 센터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심장혈관 확장술을 하려면 심장내과 전문의와 영상기사, 간호사 등 3명이 병원에 상주해야 한다. 10억 원 이상인 심장혈관 조영실도 갖춰야 한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병원이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큰돈을 들여 새 센터를 짓기보다 불필요한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행법상 임상병리사 자격이 없는 구급대원은 환자의 심근경색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심전도 측정기를 쓸 수 없다. 또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곧바로 심장혈관 확장술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구급대원들이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신동근 의원은 “복지부와 소방청이 이송 체계를 고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