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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 “공정한 재판 위해 필요”… 한국당 “특정재판부 자체가 위헌”

입력 | 2018-10-26 03:00:00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논란]




손잡은 ‘민주+野3당’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설치를 요구하고 한국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 일어난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을 기존 법원에 맡겨서는 제대로 된 재판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별도 재판부를 꾸리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특별재판부는 법리적으로는 위헌, 정치적으로는 야권 분열 공작”이라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이 요구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여당이 수용하면 특별재판부 도입에 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한국당 “김명수 대법원장부터 사퇴하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재판부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별재판부 도입에 공동보조를 취할 뜻을 밝혔다.

원내대표들은 “일반 형사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0%에 육박하지만 사법농단 사건 압수수색 영장은 단 한 건도 온전히 발부된 적이 없다. 전부 기각되거나 일부만 발부됐다”고 지적했다.

여야 4당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향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 평화당 정의당 소속 의원 57명이 이름을 올린 이 법안은 법원 내·외부 인사 9명으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특별영장전담법관과 1, 2심 특별재판부에 참여할 법관 후보자를 2배수로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당의 반대다. 한국당은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전 정권을 겨냥한 ‘정치보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어서 특별재판부 설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별재판부 도입은 “사법 질서를 부정해 온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한 뒤 논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특정 사건을 위해 필요에 따라 특정 재판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특별재판부 설치) 선례를 만들어 놓으면 향후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고용세습’ 국정조사와 ‘패키지 딜’ 가능성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은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다. 판사 출신인 여 위원장은 특별재판부 도입에 부정적이다. 법사위를 우회하려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이 또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쉽지 않다. 여야 4당의 의석수는 178석으로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필요한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에 못 미친다.

민중당(1명)과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4명)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이탈표가 나오면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 논의도 안 하고 원내대표가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별재판부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을 올해 안에 기소하려 하는 점도 변수다. 여야 4당으로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날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법안이 처리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열린 자세를 갖고 한국당을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대대표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얼마든 수정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주도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수용이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통과에 ‘맞교환’ 카드로 쓰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사안은 별개”라면서도 “공개적으로 말하고 딜을 하는 경우가 있느냐”며 ‘패키지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최우열·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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