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은 중국과 대만을 가르는 자연적 군사분계선이다. 폭이 130∼180km, 수심 50m 안팎 해협의 거센 물살은 대만엔 대륙(중국)의 위협을 막아주는 ‘천혜의 방파제’와도 같다. 중국엔 ‘하나의 중국’(대만도 중국의 일부) 원칙을 방해하는 지리적 애물단지로 작용한다. 두 나라 관계를 뜻하는 양안(兩岸)이란 표현도 대만해협을 두고 서안(대륙)과 동안(대만)으로 마주 보는 관계라는 데서 유래됐다.
▷양안관계가 격화되면 대만해협에는 격랑(激浪)이 휘몰아쳤다. 중국은 1958년 8월 23일 대만해협의 진먼다오(金門島)에 2시간 동안 3만여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두 달여간 이어진 포격으로 대만군 600여 명이 숨졌다. 두 번째 대만해협 위기 때 마오쩌둥은 미국을 등에 업고 두 개의 중국이나 대만 독립을 획책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는 6척의 항모를 대만해협에 긴급 파견했고, 일각에선 무력을 행사한 중국에 대해 원폭 공격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근 미 해군 함정 2척이 7월에 이어 또다시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는 국제법에 따른 통상적 항해라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의 봉쇄 시도라고 맞받아쳤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대만을 이용한 비열한 내정 간섭이라고 맹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대만이 손잡고 중국 견제용 연합전선을 펼친다는 주장이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해협 통과 작전을 이해한다고 했다.
▷중국은 대만해협을 태평양으로 통하는 주요 출구이자 동·남중국해 제해권 확보의 사활이 걸린 곳으로 보고 있다. 대만 통일로 하나의 중국을 실현해 대만해협을 자국 영해로 만들어 누구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그 속내다. 이에 맞서 미국은 중국의 역내 해상 독식에 대응한 ‘항행의 자유’ 작전 범위를 남중국해에서 대만해협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미중 간 해상 패권 다툼의 격화로 갈수록 높아지는 대만해협의 파고가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