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 사회부 기자
하지만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감사원 감사를 자청해 놓고서 ‘현재는 의혹이 실체가 없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다.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공사의 고위 간부들이 한 다른 말 중에도 모순적이거나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 적잖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발표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은 전환 대상자들이 입사한 후 나온 것이므로 친인척에게 입사 지원을 독려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은 6년 전부터 나왔다고 공사 직원들은 증언하고 있다. 공식 발표 이전에 서울시나 공사 내부에서 관련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도 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정규직 전환 방침을 미리 아는 것과 그걸 노리고 공사나 용역업체에 들어왔다고 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윤 부시장 말대로라면 서울시가 채용 비리 의혹이 없다는 근거로 정규직 전환 방침 발표 시점을 굳이 내세울 이유가 없다.
서울시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대상자는 수리원, 경비 등 일반적인 취업준비생들이 지망하는 일자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도 꺼냈다. 어차피 취준생들이 가려는 일자리도 아니었는데 괜히 외부에서 갈등을 조장한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그렇지 않아도 고생하는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국민 모두가 서울대에 갈 실력이라서 서울대 기부 입학제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경쟁 과정만큼은 공정할 거라는 최소한의 믿음을 갖고 살고 싶어서다. 서울시가 강조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특히 청년들은 환영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경쟁 과정만 공정하다면 말이다.
한우신 사회부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