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박경리문학상 수상 美소설가 리처드 포드 방한 간담회
소설가 리처드 포드(왼쪽)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아내 크리스티나는 “남편은 자신과 닮은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을 조합해 소설 속 가공 인물을 만들면서 나와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독립기념일’을 비롯한 많은 포드의 소설엔 ‘크리스티나’라는 헌사가 들어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보통 사람인 제가 재능을 발휘해 명성을 얻었단 것은, 아주 평범한 사람 누구나 특출하게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상을 수상한 일은 무엇보다도 나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미국 소설가 리처드 포드(74)는 제8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아내 크리스티나와 함께 자리했다. 필립 로스, 레이먼드 카버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는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드는 1976년 첫 작품 ‘내 마음의 한 조각(A Piece of My Heart)’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1996년 그의 대표작인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동시에 받았다. 이 소설은 1986년 ‘스포츠라이터’, 2014년 ‘솔직하게 말해주세요(Let me be Frank with You)’등과 함께 주인공 ‘프랭크 베스컴’이 등장하는 연작 소설이다. 그가 2012년 발표한 소설 ‘캐나다’는 프랑스 페미나 외국문학상, 미국 카네기 앤드루 문학상을 받았다.
이날 포드는 박경리 선생의 영어 번역본 ‘토지’를 들고 나왔다. 그는 아직 일부밖에 읽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좋은 문학은 평소엔 잘 보이지 않는 인간의 면면을 대변해 주며 삶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다”면서 “박 선생의 작품은 한국 역사 전환기를 담고 있으며 우리의 근원이 중요하단 것을 전 인류에게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문학의 의의에 대해선 “오늘날 미국에선 의견이 다르면 대화를 중단해 버린다. 그러나 책이란 의견이 달라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작가와 독자의 대화라 할 수 있다”며 “이것이 상상의 세계인 문학이 지닌 정치적인 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통해서이다. 책에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았다”고 덧붙였다.
제8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은 27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