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 심사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임 전 차장은 구속 심사에서 재판 개입 자체는 인정하지만, 죄는 되지 않는다는 등의 논리를 펼쳤다.
임 전 차장은 26일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오후 4시20분께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임 전 차장은 구치소로 이동하기 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소명한 게 맞는가’, ‘후배 법관들에게 책임을 넘겼는가’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차장을 지내면서 각종 사법 농단 의혹의 실무를 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가 받고 있는 수십여 개의 혐의 중 핵심은 일선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다.
이와 관련해 임 전 차장 측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재판 개입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법리상 죄는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에 대해서도 이 같은 논리를 펼쳤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한일 관계와 위안부 문제 합의 등을 이유로 이 재판 판결을 지연시키거나 결론을 뒤집는 안을 두고 법원행정처와 교감을 나눈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13년 12월과 다음해 10월 법원행정처장들을 각각 공관을 불러 재판 진행 상황과 향후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대등해야 할 민사소송 재판에서 한 쪽 당사자는 법원과 비밀리에 접촉하는 통로를 갖고 있고, 반대 당사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그런 통로가 없다”며 “심지어 피해자들은 청와대 의견 전달 등이 이뤄지리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과연 재판 구조인가”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에선 임 전 차장이 당시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지시해 재판 거래 및 법관 사찰 등 부적절한 문건을 작성한 혐의도 쟁점이 됐다.
임 전 차장 측은 이에 대해 “심의관은 복종의 의무가 있어 직권남용의 상대방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리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대한민국 공무원 누구에게도 불법한 지시에 복종할 의무는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은 또 ‘국정농단’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측의 부탁으로 ‘VIP 관련 직권남용죄 법리 모음’ 문건을 작성해 전달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심사를 마친 임 부장판사는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서 검토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