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뜨거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불공정” 비판을 정규직화 비난으로 보는
박원순 시장의 대응 방식은 실망스러워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하지만 최근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가 2018년 3월에 실시한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서 직원의 친인척이 다수 포함돼 채용 비리를 의심할 만하다고 주장하고, 서울교통공사 인사처장이 부인의 정규직 전환 사실을 숨기려 한 시도가 드러났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박 시장이 공들여 온 청년 시장 위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밝힌 ‘팩트’는 2018년 3월 실시된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에서 전체 직원 1만7084명 중 1만7054명(99.8%)이 응답했고, 이 중 사내 가족은 1912명(11.2%), 2018년 3월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기존 직원과 6촌 이내에 있는 사람은 108명이라는 것이다. 유 의원은 정규직 전환자 108명 중 직원의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31명으로 가장 높고 형제도 22명에 이르며, 3급 이상 고위 친인척인 경우가 26명이라는 사실을 들어 고용세습의 가능성을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주장을 모두 수용한다고 해도 박 시장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려스럽다. 박 시장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며 서울시는 정규직화 확대를 통한 고용 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는 박 시장을 향한 비판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서울교통공사에서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이 일은 취업 과정의 공정성 문제이며, 이에 대한 비판은 잘난 부모를 둔 자녀들에 의해 공정성이 훼손되었을 수 있다는 분노의 표현이다. 청년에게 부여된 기회가 전반적으로 축소된 현실에서 소수의 좋은 일자리마저 특별한 부모를 둔 자녀들이 독차지하는 불공정이 박 시장의 관리하에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그는 뼈를 맞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한다.
한국 청년의 현실을 다루는 연구자로서 나는 여전히 박 시장의 청년 정책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채용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없고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했다고 믿는다. 비리도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형식적인 공정성과 준법성보다 중요한 것이 특권에 바탕을 둔 실질적인 편법과 불공정을 근절하는 일이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이전의 정치인들이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져간 이유는 법으로 특권을 감추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리던 특권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속내를 들켜서가 아니었던가? 정규직 전환이 아무리 중요한들 공정성의 핵심인 정의와 공평의 원칙보다는 아니다. 세대 간 불공정이 두드러지고 경쟁의 질곡이 깊어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공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경쟁을 당장 완화할 수 없다면, 공정한 과정이라도 보장되어야 한다. 정규직이 증가한다는 희망을 전하며 불법과 비리가 없었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반복하는 것은 이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직원의 자녀와 친인척 아닌가? ‘뼈를 맞는’ 와중에도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박 시장은 미래의 권력이 아니라 현재의 기득권이다.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