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세계의 이목은 스페인 발렌시아주의 부뇰에 집중됩니다. 인구가 1만 명 정도인 소도시에 3만 명이 토마토축제를 즐기러 옵니다. 1940년대 시작돼 역사는 길지 않지만 도시 전체가 빨갛게 물드는 열정과 흥분의 도가니로 바뀝니다.
계절이나 종교 외에 패션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도 있습니다. 이런 축제들은 사람들의 욕망과 미의 탐구, 그리고 관련 산업의 발전 등이 뒤섞여 탄생하고 번창했습니다. 베네치아 사육제(카니발)는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에서 열립니다. 14,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군주들은 상류층을 위한 가면무도회를 열었습니다. 18세기에 이르러 그 가면과 의상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렀고 가면은 성의 역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욕망의 도구였습니다.
영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영화 속 패션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영화제의 꽃은 바로 레드카펫에서 선보이는 여배우들의 패션입니다. 어느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었는지, 어떤 색상이 주류를 이뤘는지, 어떤 액세서리를 착용했는지가 실시간으로 중계돼 패션산업에 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따로 패션만의 축제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메트 갈라’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의상박물관에서 만든 자선행사입니다. 세라 제시카 파커, 마돈나, 리애나 등의 셀러브리티와 패션 디자이너들이 짝을 지어 창조적인 패션을 선보이며 패션의 문화적 영향력과 산업적 파급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바로 얼마 전에 막을 내린 2018 국제 패션아트 비엔날레 인 서울은 ‘패션과 자동차의 소통’을 주제로 패션쇼와 패션 아트전을 열었습니다. 2년마다 비엔날레 형식으로 개최되는 이 패션 축제는 올해 자동차 업체와 함께 패션과 산업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5개 차종을 테마로 패션 아트작품을 제작하여 현 시대의 화두인 다분야의 ‘창의’, ‘소통’, ‘융합’의 예술을 선보였죠. 이제는 삶이 축제이어야 합니다. 즐기는 삶이 아름답죠. 패션 역시 남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즐겨야 합니다. 삶이란 축제에 있어 패션은 아름다운 꽃입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