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둘러싸고 대립된 견해를 펴온 두 단체가 27일 혜화역에서 동시에 집회를 열었다.
인터넷 카페 ‘당당위’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혜화역 2번 출구에서 ‘1차 유죄추정 규탄시위’를, 페미니즘 소모임 ‘남함페’는 같은 시각 혜화역 1번 출구에서 ‘2차 가해 규탄시위’를 연다고 전날 신고했다.
‘당당위’가 신고한 집회 인원은 1만5000명, ‘남함페’가 신고한 참가 인원은 2000명이다.
당당위는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라는 뜻으로, ‘곰탕집 성추행 사건’판결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꾸린 모임이다. 남함페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란 뜻을 가진 모임이다.
당당위 측은 사법부가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무죄추정’이라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어기고 ‘유죄를 추정’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낸다고 비판한다. 당당위는 ‘본 시위는 성별문제가 아닌 올바르지 못한 사법부의 법 집행을 규탄하는 집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남함페는 이날 집회의 명칭을 ‘2차 가해 규탄 시위’로 정하고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겪고 있는 2차 피해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증거와 판결까지 있는데도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지금의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혜화역은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불법촬영 사건을 피해자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수사·판결한다고 비판하는 ‘불편한 용기’가 지난 5월부터 집회를 열어왔던 곳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